리틀보이 12725...Little Boy 12725 (2018)
부산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 개관3주년 기획전에 초청된 영화 '리틀보이 12725 (Little Boy 12725)'입니다.
줄거리는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한국인 최초로 원폭2세라고 밝힌 김형률씨의 생전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입니다.
제목인 '리틀보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의 이름이구요.
12725는 김형률씨가 생존했던 날의 일수입니다.
김형률씨가 생전에 함께 활동하고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의 인터뷰로 포문을 엽니다.
사실 원폭피해자라면 일본에 한정된 남의 이야기로 생각되지만 당시에 생존했던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거주 혹은 본국으로 돌아온뒤 이후 출생한 아이들이 원폭피해를 입었다는것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도 진행중인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김형률씨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에 대해 칭송하거나 억지로 우상화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차분하고 절제된 톤으로 그의 생전 인터뷰와 기록들을 꿰어놓아요.
바싹 마른 건강치 못한 몸으로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원폭2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려 노력했고 그의 행적은 큰 의미가 있음을 보여줘요.
그래서 영화속 주변인들의 인터뷰는 뭉클합니다.
김형률씨로 하여금 한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 과정을 지켜본 이들의 감동, 그로 인해 삶의 원동력을 얻은 사람들은 그가 떠난후에도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어요.
김형률씨가 원폭피해 환우들의 모임을 만들었을땐 그를 포함해 단 2명으로 시작했지만 몇년만에 60여명으로 늘고 현재는 5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속하게 되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김형률씨를 장편다큐에 담으면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지는 영화에요.
김형률씨를 비롯 그의 가족들과 환우들을 인터뷰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상당히 조심스러우면서도 그들이 내는 소리에 세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수 있습니다.
제작하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찰했는지 영화를 보면 알수 있을정도에요.
단지 인물의 과거 행적을 되짚어 보는 전기영화로 머물지 않고 영화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과 힘을 제대로 알고 이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원폭2세들의 현재 상황은 지난 사건의 영향인 단편적인 비극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의견을 어필합니다.
스냅영상속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화면가득 비춰지며 현재사회에서도 자칫 오만함과 이기적인 의식구조가 과해질때 우리에게 닥칠 위기가 밀접해 있음을 경고합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한 버전에서 추가편집되어있습니다.
후반부엔 김형률씨의 인간적인 모습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그의 취미, 짧은 생을 살다간 그의 모처를 향한 안타까운 애정, 발자취등을 통해 단순히 운동가로서의 모습 이면을 짚어줘요.
간결하고 힘있던 영화의 흐름은 엔딩에 이르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만큼 호흡이 길어지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에요.
영화 상영후 김지곤 감독님의 gv가 있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아쉬운 gv였습니다.
관객들의 의견을 대변하던가 아님 이끌어주는 진행을 해야하는데 일대일 면담을 하는 느낌의 gv였어요. 그마저도 흥미있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면 재미있었을 텐데 너무 조심스러운 태도로 부가설명을 이어가며 질문을 던지느라 감독님의 의견보다 진행자의 질문시간이 더 길었던거 같아요.
gv시작전 김형률씨가 생전에 남긴 시를 발췌한 팜플렛을 무료로 나눠주셨는데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준비해서 관객분들께 드리는 감동적인 선물이었어요.
이런 세세한 태도만 보아도 감독님이 이 영화에 얼마나 진심으로 공을 들였는지 알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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