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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_Review

★★☆☆☆ 그때 그들...Them, Loro (2018)

 

 

 

 

세르조는 이탈리아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프로듀서지만 더 큰 야심을 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정치계의 거물들과 연계하여 더 큰 자리에 올라가려 해요.

 

그는 재능있는 여성들을 모아 쇼걸팀을 만들어 정계의 저명한 인물들을 안팎으로 접선하며 서서히 발을 넓혀갑니다.

 

그의 최종목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인물인 실비오에요.

 

실비오는 총리직을 사퇴한후 아내와 함께 호화로운 별장에서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실비오 또한 정치판에 다시 몸을 담기위해 촉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구요.

 

대중과 정권은 다시 그를 불러세우려 하고 실비오는 재기하기 위해 한발 나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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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중 일부 내용은 '이지훈의 시네필로'에서 이지훈님의 강연내용을 참고합니다. 인용된 부분은 색으로 구분합니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 '그때 그들 (Them, Loro)'입니다.

 

소렌티노 감독의 인생3부작중 세번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실존하는 권력가 실비오를 다루고 있어요.

 

아름다움을 다루는 '그레이트 뷰티', 젊음을 얘기하던 '유스'에 이어 인생3부작중 욕망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로 왜 실존하는 인물을 선택했는지 이 영화를 보면 알수 있습니다.

 

실비오는 이탈리아를 얘기할때 뺄수 없는 인물입니다. 부동산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인 재력가이자 재능있는 사업가이며 자국의 언론을 통제하여 자신을 위한 미디어 왕국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이를 통해 정계를 자기마음대로 주무를수 있는 권력을 지닌 무시무시한 사람이에요.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는 실비오가 이런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과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다시 총리자리에 오르기를 반복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주는데 있습니다.

 

온갖 정치스캔들과 사생활의 추문에도 불구하고 4차례가 총리직에 올랐던 베를루스코니를 이탈리아에서 바라보는 온도차가 다릅니다.

 

언론통제를 통한 이미지메이킹을 이용해 권력의 발판으로 삼는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이탈리아 내에선 단순하게 평가내릴수 없는 인물이란것이 베를루스코니라는 거에요.

 

실제로도 그는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매번 총리직에 오르거든요.

 

 

영화속에서도 세르조가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쇼걸의 엉덩이에 새겨진 실비오의 문신을 보면서 시작됩니다. 정치에 아무 관심도 없을거 같은 길거리의 여자마저 그를 지지할만큼 실비오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한지 인지하게 만들어줘요.

 

이 영화는 원래 1,2편이 따로 제작이 되었었다가 두시간반 분량의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초반엔 세르조를 중심으로 화려한 미디어의 세계를 자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세르조의 야심의 기반이 되는 엔터네이너 사업은 섹스, 마약등의 향락이 정치계와 연루되어 국정을 다루는 번듯한 인물들이 가면뒤에서 얼마나 욕심많고 추악하게 놀아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과정에서 자극적인 장면들은 피치못하게 부각됩니다.

 

 

늘씬한 모델들이 매씬마다 훌렁훌렁 벗은채 매혹적인 몸사위를 보여주거든요.

 

이런 장치들은 영화속 재계의 인물들이 현혹되듯 관객들 또한 영상에 매료되게 만들어버립니다.

 

영화의 초반은 한시간가량 세르조의 이야기로 진행된후 실비오로 옮겨갑니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진 않아요. 이전까지 언급만 되던 실비오가 갑작스레 장면전환후 등장하며 새로운 인물들과 이야기가 쏟아지기 때문에 다시 집중해야하는 부담감이 있거든요.

 

실비오를 다루면서 그 중심은 그의 정치배경과 영향력을 깔고 있지만 실비오의 사생활과 감정에 비중을 더 둡니다.

 

그럼에도 실비오를 두둔하거나 비판하는 입장을 최대한 배제시키며 영화를 보는 이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여지를 남겨요.

 

베로니카와 이혼이전의 과정을 그린것은 2006~2010년의 이탈리아의 상황임을 짐작할수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미쟝센들도 등장하는데 베를루스코니가 데리고 다니는 푸들은 베로니카 이후에 만난 모델을 상징합니다. 그녀가 데리고 다니던 개가 푸들이거든요.

 

영화속에서 베로니카가 이혼을 결심하게된 계기로 18살된 모델의 생일파티에 베를루스코니가 갔던것을 두고 어린여자애들한테 추근거리는걸 질책하는 장면을 나오는데 이는 실제 당시 18세였던 모델 레티시아와의 추문을 그립니다.

 

레티시아는 당시 베를루스코니를 제2의 아버지로 여긴다고 인터뷰했었는데 영화속에서도 베를루스코니에게 'papi'라고 부르는 장면이 잠깐 등장합니다.

 

 

폭주하다시피 완전 제멋대로 사는 베를루스코니에게 제동을 거는 유일한 인물은 베로니카입니다.

 

택도없는 재미없는 농담에도 자지러지고 금방이라도 눈물흘릴거 같은 대중들과 달리 베로니카는 그의 꾸준한 애교와 농담에도 싸늘하거든요.

 

참다못한 그녀가 베를루스코니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둘은 긴 언쟁을 벌이는데 이때의 대화가 상당히 인상깊습니다.

 

 

베를루스코니가 그녀에게 그토록 나를 증오하면서 왜 나와 여태까지 살았느냐고 묻자 베로니카는 고통스럽게 대답합니다. '사랑했으니까'

 

이는 베로니카로 하여금 베를루스코니에게 느끼는 현재의 이탈리아를 대변하게 만듭니다.

 

베를루스코니가 온갖 스캔들을 일으키며 제동없이 흥청망청 살아도 대중은 그를 지지했던 초심의 애정이 아직 남아있음을 의미하거든요.

 

베로니카는 끊임없이 그에게 자성하기를 요구하지만 베를루스코니는 못마땅해합니다.

 

베로니카가 거실에서 벌거벗은채 거울앞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베를루스코니의 불편한 기색을 띈 얼굴로 표현해냅니다.

 

이는 그 전에 세르조와 키라의 대화와 연계됩니다.

 

 

세속적인 세르조와 달리 세르조의 아버지는 정직하고 올곧은 분이라며 키라에게 얘기해요. 키라는 그에게 아마 아버지는 인생의 마지막에 '거울'앞에 섰을때 세르조의 아버지같은 사람은 부끄럽지 않을거라 합니다.

 

거울은 반성과 성찰의 이미지로 관통되는데 베를루스코니는 자기반성이 없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퀴즈쇼 진행자와의 대화에서도 '당신은 죽음을 생각하지만 난 계획을 생각한다'는 대사에서도 오로지 앞만보고 살아가는 인물의 설정임을 확고히합니다.

 

후반부에 이르면 상당히 인상깊은 장치들이 등장합니다.

 

세르조를 통해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탈리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베를루스코니를 통해 권력과 재력의 향락을 보여주다가 지진이 일어난후 구호소 장면속에서 고통받는 '진짜 얼굴'들이 드러납니다.

 

웃음기 없이 지치고 힘든 대중의 얼굴속에서 '희망'이란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영화속에선 이게 진짜 이탈리아다 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싶지 않았을까해요.

 

이마저도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철저히 이용해버리거든요.

 

베를루스코니는 아직도 강력한 실세로 정권을 잡은 인물입니다.

 

리더가 국가를, 국민을 위해 자리잡지 않을때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이 받게 된다는 냉소적인 결말을 그려요.

 

이름도 나오지 않은 구조요원들의 얼굴을 비추면서 타이틀 로고인 'LORO'가 등장합니다.

 

제목인 그때 그들이 의미하는것은 세르조같은 야망가나 베를루스코니같은 정치가가 아닌 그들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들이란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이는 영화의 서두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표현해놓습니다.

 

 

밖에서 놀던 양이 거실안으로 들어오는데 양은 거실에 틀어놓은 화면들을 보며 넋을 잃고 보게돼요.

 

틀어놓은 에어컨때문에 실내온도가 점점 내려가는데도 양은 추운지도 모르고 티비만 보다가 죽어버리거든요.

 

이때의 화면들은 미디어를 통제하는 베를루스코니를 뜻합니다. 미디어들로 하여금 현혹된 대중들은 양과 동일시 되구요.

 

양은 버젓이 열려있는 문이 있고 몇걸음만 나가면 살수있는데도 멍청하게 티비만 보다가 죽어버리는걸 표현하며 현재의 이탈리아 국민들이 어서 정신을 차리길, 즉 깨어나길 바라는 메세지를 우회적으로 그려냅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가 역시 쉽지만은 않다는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유스'때도 그랬지만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가 주는 메세지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든데 영화를 보고나면 아 이게 뭔가 의미가 있을텐데 그게 뭘까 하는 의문이 항상 남았거든요.

 

그래서 영화의 전당에서 한달에 한번 상영되는 '이지훈의 시네필로'에서 이지훈 대표님의 강의를 기필코 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어요. 내가 놓치고 있는게 뭔지 알아야겠다는 탐구정신이 너무 강했거든요.

 

다행히 이지훈 대표님의 강의로 하여금 이해도 쉬웠고 영화외적인 배경을 알게돼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현상황, 특히 베를루스토니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면 두시간 반동안 멍하니 앉아있다 올만큼 난해한 영화가 될수도 있어요. 저부터도 그랬으니까요.

 

그만큼 영화를 국외의 관객들에게 A부터Z까지 일러주며 설득시키려하는 친절함이 없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과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분들이라면 소렌티노 감독이 이 소재를 얼마나 유려하게 다뤘는지 알수 있을듯 합니다.

 

호불호는 나뉠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역시 잘알지 못하는 국외의 정치적 현안을 다뤘다는 점에서 난해함이 제일 큰 난관이었으나 소렌티노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화면에 담아내는 영상의 미학은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유스'에서 조수미의 음악이 몇차례 거론되고 심지어 실제 출연도 하셨죠. 이번 영화에서도 잠깐이지만 조수미의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유스'도 그랬지만 소렌티노 감독이 음악을 선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돼요. 클래식한 이탈리아 올드넘버부터 카일리미노그, LCD SOUNDSYSTEM 같은 현대적 사운드까지 시대를 망라하고 다루지만 어느 한구석 어색한 부분이 없습니다.

 

영화속에서 베를루스코니가 노래부르는 장면이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베를루스코니는 30전후때 크루즈선에서 일하던 당시 밴드의 가수로 일한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 사람들 앞에서 노래부르는걸 좋아했다네요.

 

 

영화의 서두에 실제인물이나 명칭이 등장해도 실제와 관련이 없다는 문구가 뜹니다. 그이후에 전부 기록이지만 인위적이다 라는 망가넬리의 어록이 추가로 언급됩니다.

 

이지훈 대표님 강연내용에선 실제로 망가넬리는 이런말을 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전부 인위적인 해석이지만 이는 근거(기록)이다'라고 오히려 반대의 의미로 언급했다고 하네요.

 

문구의 앞뒤를 바꿔놓은 장난은 영화속에서 베를루스코니가 현란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캐릭터를 빗대어 감독의 의도를 녹여놓은것으로 유추할수 있을듯해요.

 

주인공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역의 토니세르빌로는 소렌티노 감독의 페르소나같은 배우로 전작들에도 함께 작업했습니다.

 

재미있는건 소렌티노 감독의 '일 디보'에서도 주인공인 줄리오역을 맡았는데 줄리오는 베를루스코니의 앞세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대표 정치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의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의 대표인물들을 모두 연기한 유일한 배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