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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의 바람...Sub-zero Wind (2018)

 

영하의 바람...Sub-zero Wind (2018)

 

 

12살인 영하.

 

영하는 부모가 이혼한뒤 엄마 은숙과 함께 삽니다.

 

은숙은 교회에서 만난 영진과 동거를 시작하려 하고 영하는 친부에게로 보내져요.

 

하지만 아빠는 어딘가로 도망가 버리고 영하는 피치못하게 엄마와 영진과 함께 살게돼요.

 

15살이 된 영하.

 

평범한 가정의 때깔을 갖춘 영하네 가족.

 

영진은 허물없이 영하를 대하고 영하도 영진을 서스럼없이 아빠로 받아들여요.

 

영하와 가까웠던 사촌 미진은 사고로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린뒤 할머니를 모시고 삽니다.

 

은숙은 가끔 미진을 돌봐주지만 은숙또한 형편이 넉넉치 못해 기꺼운 마음으로 돕지는 못해요.

 

결국 할머니가 돌아가신뒤 미진의 부모 보험금이 문제가 됩니다.

 

은숙이 그 돈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몰래 쓴게 화근이 돼요.

 

19살 영하.

 

은숙네는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옵니다.

 

 

작은 교회를 인수해 목사로 새삶을 준비하는 은숙.

 

빠듯한 생활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복닥거리며 살아요.

 

하지만 어느날 영하는 아빠와 술을 먹다 잠든사이 끔찍한 일을 겪게 됩니다.

 

 

 

-

 

2019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개관3주년 기획전에 초청된 영화 '영하의 바람 (Sub-zero Wind)'입니다.

 

제목인 영하의 바람은 기형도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차용되었다고 합니다.

 

영제를 따라 영하의 차가운 바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인 영하의 바람, 바램의 이중적의미로도 읽혀집니다.

 

주인공인 영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성장통을 그린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 '벌새', '영주'같은 영화들을 연상케 하는데 대표되는 사건을 향해 가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서 '벌새'와 많이 닮아있어요.

 

영하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위기와 안정의 위태로움 사이를 줄다리기 하듯 살아가요.

 

생계를 책임지는 은숙은 도리와 현실과의 괴리를 겪으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영진은 은숙과 동거하고 있지만 전처와의 딸과 함께 살지 못하는 상황에 괴로워하다 알콜에 빠지게 되구요.

 

영하는 가족에게 다친마음때문에 가출한뒤 냉랭한 사회에 몸소 부딪치게 됩니다.

 

특히 영하와 대비되는 미진의 캐릭터가 상당히 인상깊어요.

 

고아가된 미진은 시일이 지난후 홀로 지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영하와 마주한 19살의 미진은 그간 혹독한 사회의 시련을 겪었으리라 짐작케 만듭니다.

 

그래서 영하와 함께하는 미진은 단순한 동반자 이상으로 느껴져요.

 

영하가 겪는 험한 세상의 이치를 미진은 일찌감치 깨달았기에 영하를 케어하려 하고 그녀를 지지하는 보호자같은 느낌도 들어요.

 

영하와 영진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위태로운 사건이 중심에 자리하는듯 비춰지지만 사실 이 영화는 메인이벤트가 도드라지는 장르가 아닙니다.

 

12살, 15살, 19살의 세개의 챕터로 이어지는 서사구조를 통해 아이들이, 더 포괄적으론 가족들이 겪게되는 갈등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중첩되는 다양한 사건들로 변화되어 닥쳐오게 됨을 보여줍니다.

 

영화속의 다양한 삶의 과정들이 우리의 삶과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닮아 있습니다.

 

인물들 또한 입체적으로 표현되어있기때문에 이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중 하나 이상은 공감할만한 부분이 있을거라 여겨져요.

 

인물들사이에 '교회', 즉 종교가 도드라지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를 다루는 방식도 재미있습니다.

 

은숙은 영진과 교회에서 만났음을 암시하고 권사인 은숙은 독실한 믿음을 가진 인물임을 부각시킵니다.

 

그녀는 신도들에게 비타민을 과장된 광고로 판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요. 심지어 은숙이 미진을 대하는 태도나 죽은 가족들에 대한 의식을 보면 덕목을 갖춘 종교인이라기엔 의심스럽게 느껴지거든요.

 

은숙이 사라진 후엔 영진과 영하가 그녀를 찾기위해 먼저 찾은곳은 '교회'이며 영진이 사라지고 난뒤 영하가 또 먼저 찾은곳도 '교회'라는 점을 보면 일그러진 종교의 단면을 그리는 비판적인 메세지를 전하는듯 하다가도 결국 이들의 이정표로 자리잡는것 또한 종교임을 그립니다.

 

그래서 영화속에선 종교에 대한 어떤 선입견을 갖고 다가가기 보다 인물들속에 자리잡은 이면적인 매체의 하나로 종교를 선택했으리라 여겨져요.

 

결국 세상에 홀로 남아버린 영하가 교회앞에서 마주한사람은 엄마도, 영진도 아닌 바로 미진입니다.

 

독실한 미진은 할머니마저 돌아가신뒤 삼촌과 함께 산 몇년뒤 삼촌의 집을 떠날때 낡은 성경책만 두고 나오는것을 통해 그간의 생활이 어떠했을지 짐작케해줍니다.

 

 

 

그런 미진을 교회앞에서 마지막으로 마주한다는점도 아이러니하구요. 또 그런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들의 삶이 그리 순탄치 않을거라 여겨지는 비판적인 열린결말은 상당히 인상깊게 남습니다.

 

 

영하 역엔 권한솔이 맡았는데 곧 개봉할 '악질경찰'에 조연으로 참여했다고 하는군요.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열연한 신동미가 은숙역을 맡았구요.

 

 

영진역엔 '밤치기'를 통해 대세에 오른 박종환이 출연합니다.

 

드라마 '라이프', 영화 '명당'등에 출연해 유명한 태인호가 술집사장역으로 특별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