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트 퍼더 인스트럭션...Await Further Instructions (2018)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닉은 여자친구 안젤라와 함께 부모님댁을 찾아옵니다.
마냥 편한 관계는 아니었던 닉과 가족들의 관계는 결국 대화도중 트러블을 일으키게 되고 닉은 안젤라와 함께 가족들 몰래 집을 나서려 합니다.
하지만 입구를 비롯한 외부로 연결된 곳은 알수없는 물체로 뒤덮여 봉쇄되고 방마다 창문으로 환기통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가족들에게 거실의 텔레비젼은 일방적인 지시문을 올리고 이들은 실체를 알수없는 이들의 텍스트만을 보고 따라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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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형 스릴러 영화 '어웨이트 퍼더 인스트럭션 (Await Further Instructions)'입니다.
제목인 Await Further Instructions을 직역하면 '다음 안내/지시를 기다리다'정도로 해석됩니다.
집안에 고립되어 한정된 인물들간 심리묘사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미스트'를 연상하게 만들어요.
상징성은 훨씬더 노골적입니다.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그리고 임신한 딸 케이트와 그녀의 남자친구 스캇, 아들 닉과 여자친구 안젤라로 형성된 그룹은 각 인물마다 맡은 롤이 확실해요.
할아버지는 군경찰에 종사한 인물로 영화내내 거의 쇼파와 한몸이 되어있어요.
그가 아들과 손자를 조롱하고 멸시하는 태도만 봐도 이 가정이 어떤 과거를 지나왔을지 얼추 예상케해요.
아빠인 토니는 나름의 이성과 고집이 있으며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결과에 확신이 있는 인물입니다.
엄마는 내실에 집중하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되는것을 기피합니다.
케이트는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이 생각하고 말하는 인물이며 인종차별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구요.
스캇 또한 강건하고 마초적인 인물로 비춰지지만 실은 그누구보다 줏대없고 심리적으로 유약한 인물입니다.
어딘가 다들 조금씩 뒤틀린 인물들 틈에서 닉과 안젤라는 가족이라기 보다 객으로 느껴집니다. 이들 또한 어딘가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영화속에선 관조적인 시점에서 가족들을 평가해주는 인물들로 비춰집니다.
고립되었음을 인지한후에 이들의 반응은 답답하지만 나름의 설득력을 지닙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되는 문구들은 그들에게 서서히 무리한 지시를 가하지만 이를 논리적으로 파악하면서도 따라야하는지 마는지 결정하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어려울듯해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쟁들이 흥미로워요.
가장의 자리를 아들에게 내어준 할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상징으로 존재하지만 토니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양식을 주입합니다.
토니는 스스로 판단하는듯 하지만 사실 그또한 그토록 거부했던 아버지에게 잠식된 인물입니다.
텔레비전을 통한 미지의 존재로부터온 메세지를 온전히 따르는 토니는 미디어의 대한 맹신, 주어지는 지침과 명령에 복종하는 삶에 길들여진 기성세대를 의미합니다.
더욱 답답한것은 토니가 전형적인 악한 캐릭터가 아니라 그의 선택과 판단이 가족, 그가 속한 단체를 위한 판단이란 점에서 무섭게 느껴집니다.
리더가 그릇된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할때 이 가정이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줘요.
영화는 현 영국상황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품고 있어요.
할아버지로 비유된 극우주의를 비판하며, 그에게 대항할줄 알고 리더로 세워진 아빠가 우리편인줄 알았더니 되려 더 못살게 구는 노동당을 의미해요.
심지어 아빠이름은 토니블레어 총리와 퍼스트네임이 같거든요.
초반에 안젤라를 거부하는 이들의 반응은 누가봐도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을 표방합니다.
텔레비전의 지시를 거부하고 차단하려 하는 닉은 관료주의에 대한 대항의 존재로 비춰져요. 하지만 지시를 따르든 반항을 하든 결국 고난을 겪는 닉과 안젤라로 인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뒤틀린 나라에서 고생하는건 지금의 청년세대임을 반영합니다.
케이트의 아이가 미지의 존재에게 잠식되는것은 다음 세대가 미디어 혹은 기존 관료들의 잘못된 방향으로 망해버릴 미래에 살게 될거란 의미를 상징해요.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제한된 공간속 한정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로 풀기엔 좀 더 깊이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크로넨버그에게 영향을 받은듯한 크리쳐의 이미지는 80년대 SF영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반가움이 있지만 전반적인 영화속 이미지와 부합되지 않는 퀄리티로 동떨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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