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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Traces of Sin, 愚行録 (2016)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Traces of Sin, 愚行録 (2016)


 

 

타코우 일가 살인사건이 일어난지 1년이 되어가는 즈음.

 

주간 테라스의 기자 다나카는 사건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피해자의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합니다.

 

건실하고 평범한 가정의 표상처럼 보였기에 이들의 사건이 충격적이었지만 다나카가 접한 이들의 실체는 관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심지어 이들을 죽인 범인도 오리무중인 상태.

 

다나카의 기사가 발간된 이후에도 그에게 타코우 일가와 관련된 또다른 진실들이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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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발간된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 '우행록'을 영화화한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 (Traces of Sin, 愚行録)'입니다.

 

한 가정의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릴러영화에요.

 

다나카는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지 않은채 그의 시점으로 찬찬히 훑습니다.

 

차분하고 객관적인 인물로 비춰지지만 서두의 에피소드로 다나카의 뒤틀어진 성격을 드러냅니다.

 

 

그의 여동생이 그녀의 아이를 방치해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라 다나카 또한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정서를 내포하고 있구요.

 

 

타코우의 직장동료인 마사토를 만나 그의 결혼전 연애사를 통해 타코우가 어떤 인물인지 들려줍니다.

 

호감가는 인상과 매력까지 갖춘데다 능력까지 인정받는 흠없는 남자처럼 보이는 타코우는 자신이 가진것을 적절히 이용할줄 아는 부류의 사람이에요.

 

타코우의 아내 나츠하라 또한 그와 상당히 닮은 사람이에요.

 

나츠하라와 같은 분오 대학을 나온 미나무라 또한 다나카에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나츠하라의 본모습에 대해 설명합니다.

 

타코우와 나츠하라의 인물의 배경을 함축적으로 드러낸 분오 대학의 정서는 꽤 흥미로워요.

 

 

명문대로 진학한 학생들이라도 이들은 다 같지 않아요. 부속학교인 분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한 명문계보를 잇는 이들은 '내부'로, 그외의 학생들은 '외부'로 분류됩니다.

 

당연히 내부인들은 그들끼리 철저히 결속되어 이들만의 시스템은 보수적으로 유지돼요.

 

예외적으로 외부인이 내부인으로 '승격'된 케이스는 나츠하라로 상징됩니다.

 

나츠하라를 내부인으로 인정해주는 그들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외부인의 상징같은 미나무라의 시선으로 본 기준은 '아름다움'과 '우아함'같은 가시적인 이미지들로 정리됩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인물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캐릭터만 다를뿐 일본사회와 문화전반에 만연한 뒤틀어진 관계들을 꼬집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이지메'문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과 닮아있기도 해요.

 

마사토는 타코우와 함께 신입 여사원을 농락하면서 이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요.

 

미나무라는 나츠하라를 동경하면서 그녀와 친해지고 닮아가려하지만 나츠하라의 먹잇감이 될뻔하구요.

 

미나무라의 남자친구였던 오가타는 치졸하게 이별통보를 하고도 미안함은 커녕 그녀를 비난합니다.

 

 

타코우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은 이나무라 또한 복수를 위해 타코우에게 접근하고 그의 계획에 금을 내려해요.

 

 

표면적으론 화보속 미남미녀 부부처럼 보이는 타코우와 나츠하라 또한 실은 가장 지독한 인물들이 끼리끼리 만난셈이구요.

 

이들은 일본에서 평범하게 마주할수 있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이면엔 지극히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현재 젊은 세대의 정서를 꼬집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극적인 사건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상냥함으로 포장된 내면의 꼬인 이기심을 품은 일본인들의 태도를 거울 들여다보듯 관철하게 해줍니다.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문화속에서 대두되는 변화운동에 대한 메세지가 이 영화속에도 어필됩니다.

 

영화의 맨 처음과 마지막에 다나카가 버스 타는 장면을 비춰줍니다.

 

이때 화면속 직장인들 세대의 인물들은 상당히 지쳐있는 모습이죠.

 

이는 현 일본을 받치고 있는 사회원동층의 고난함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지금의 세대가 고생을 하고 있는 원인은 지금의 노년층, 즉 과거의 지도층이 사회를 잘못 이끌어서 우리가 힘이든다 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다나카를 향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하자 다나카는 장애인 흉내를 내며 그들을 조롱하는 장면이 처음에 등장합니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오마쥬하며 다나카의 어두운 성격의 일부분을 고찰하게 만드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과거의 지도층에 대한 현 청년, 중년층의 반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씬이기도 해요.

 

마지막엔 임신부에게 자발적으로 자리를 양보하는 다나카로 하여금 다음세대를 위해 지금의 사회층은 헌신, 노력하겠다는 희망적인 다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타코우 일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 스릴러 영화임에도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차분하고 호흡이 긴 영화입니다.

 

 

후반부에 몰아치는 반전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다나카의 인터뷰들은 핵심에 근접하기 전에 주변을 너무 맴맴 도는 느낌이 있기때문에 집중력이 흐려지는 경향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