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_Review

★★★☆☆ 영주...Young-ju (2018)

 

 

 

 

영주...Young-ju (2018)

 

 

 

느닷없는 사고로 부모가 죽은지 몇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살 영주에게 세상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빠듯한 삶에 지친 고모네 식구들도 영주 남매를 돌보기엔 벅차고 그나마 남은 영주 부모 명의의 집을 팔라고 종용합니다.

 

 

영주와 동생 영인은 부모의 흔적이 남은 집을 팔려하지 않자 유일한 혈육인 고모와 틀어지기까지해요.

 

아직 중학생인 영인은 마음을 다잡지 못해 사고를 치다 소년원에 송치될 위기에 처합니다.

 

 

마땅한 벌이가 없는 영주에게 300만원이란 합의금은 어마어마한 벽처럼 느껴집니다.

 

손벌릴곳도 없는 영주는 대부업체까지 알아보지만 그나마 들고 있던 돈마저 사기당해 날려버립니다.

 

 

궁지에 몰린 영주는 자신의 부모를 죽게만든 교통사고의 가해자인 상문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에게 협박을 할지 사정을 할지 정하지도 못한채 무작정 판결문에 적힌 주소를 따라 상문의 가게로 향하지만 영주와 상문의 만남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

 

김향기 주연의 영화 '영주 (Young-ju)'입니다.

 

 

극중 영주의 상황은 초반부터 몰아닥치는 여러 상황이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세밀히 표현해놓기 때문에 영주가 안고있을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듭니다.

 

 

영주를 압박해버리는 주변인들 또한 각자의 상황이 있다보니 통상적인 악역이 아닌, 우리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임을 표현해요.

 

부모가 죽은지 4년정도가 흐른뒤라는 배경설정은 당장의 아픔을 위로해줄 체면차례해줄 이들의 위안은 식고 난 뒤 남은 이들이 살아가야할 냉정한 처지를 납득시켜주기도 합니다.

 

 

이 시기는 어린 영주가 곧 성인이 될 나이에 이르러 앞으로 그녀가 겪게될 더 많은 난관들을 상상할수 있게 만들구요.

 

영주가 상문을 찾아가면서 턱턱 숨이 막힐것 같던 갑갑함은 한차례 전환이 되지만 이후부터 또다시 알수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막연히 피해자, 가해자의 입장으로 예견된 편협한 드라마적 구성에 배치된 상문의 캐릭터가 아닌, 그 또한 평범한 한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냅니다.

 

오히려 영주의 부모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면서 마지못해 자신의 가정을 지켜야 하기에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건조한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아들인 승일은 식물인간 상태인채로 집안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호스에 명을 의존하고 있구요.

 

상문의 아내인 향숙이 이 가정의 중심을 겨우 잡아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묘한 가정을 지켜보던 영주가 자신과의 관계를 숨긴채 대뜸 이들의 가게에서 알바를 하겠다며 지켜보기로 선택한것또한 이해못할 행동이 아니에요.

 

 

영주의 손에 성의껏 챙겨준 향숙의 봉지꾸러미를 오는길에 몰래 버림으로써 오히려 경계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고 이들의 틈에 비집고 들어가게 됨을 표현합니다.

 

영주가 독한마음을 품고 가게를 어설프게 털러간 날, 상문 또한 그날의 상처에 살고있는 사람임을 직시하게 되고, 상문의 가정 또한 온전하지 않음을 알면서 영주는 마음의 빗장을 풀게됩니다.

 

그 핵심엔 영주를 품어주는 향숙이 있습니다.

 

 

사고친 남편, 의식없이 누워만 있는 하나뿐인 아들을 돌봐야하는 입장임에도 웃음을 잃지않는 여유가 있고 연고도 모르는 영주를 딸처럼 안을줄 아는 마음의 품이 넓은 인물입니다.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된것은 그동안 부모의 보호를 받지못해 아가페적인 애정을 얻게된 영주가 엄마를 투영했을거란 직접적인 설정이 드러나지만 곧 어른이 될 영주에게있어 자신이 성인이 되었을때 걷게될 방향성을 발견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부모의 부재, 모난 동생을 대신해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영주에게 있어 향숙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롤모델로 비춰져요.

 

 

영화가 시작할때 식탁앞에 앉은 영주와 영인의 대화에서 영주가 영인에게 물어봅니다. 만약 엄마 아빠 둘중에 한명만 살아돌아온다면 누구였으면 좋겠냐고.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영인의 희망적인 대답을 기대한 영주의 의도이기도 합니다.

 

영주는 먼저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데 이후에 자연스레 영인이 '엄마'라고 답해주길 바라는 의도가 숨어있음을 느낄수 있어요.

 

영인이 엄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영주 자신으로 하여금 엄마를 대체할만한 보호자로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뜻이기도 해요.

 

하지만 향숙과 영주의 평화로운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을것처럼 보여집니다.

 

 

상문의 가게가 죄를 치른후 마음을 청결히 해준다는 상징성을 지닌 '두부'가게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듯 영주가 두부를 길가에 엎음으로써 관계의 위태로움으로 전환됩니다.

 

엎어진 두부를 손으로 주워올려 털어내는 무의미한 행동으로 영주의 떨치지못한 아쉬움을 예견하게 만들어요.

 

영주에 대한 향숙의 애정은 영주의 뜻처럼 막연히 '딸'같다는 새로운 가족의 형성을 의미하기보다 향숙이 의지한 종교의 배움에 의한 이타적인 관행임을 예상케합니다.

 

 

한번도 마음놓고 울지못했던 영주는 냉정한 세상의 법칙을 깨닫게 된후에 하염없이 울게됩니다.

 

당장의 아픔에 의한 눈물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영주가 겪게될 더 많은 고난을 겪게될것을 배움의 눈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추운 강위의 다리를 엄마의 카디건도 아닌, 향숙이 사준 쟈켓도 걸치지 않고 외투없이 홀로 걷는것을 비추며 이를 상징합니다.

 

무거운 영화임에도 이 영화를 이끄는 영주역의 김향기가 상당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아직은 작고 어린 배우지만 진중하게 고민하고 연기하는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작품에 더 신뢰가 가는 배우로 성장하게 될거란걸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향숙역에 김호정이 열연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라이프'등의 드라마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유재명이 상문역으로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