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게의 프로이트...The Tobacconist, Der Trafikant (2018)
시골호숫가에서 엄마와 단둘이 조용히 살던 프란츠는 엄마의 권유로 번잡한 도시에 일자리를 구해 홀로 떠나게 됩니다.
오토가 운영하는 담배가게의 보조로 일하게 된 프란츠는 빈에서 우연히 만난 미모의 아네츠카에게 반하게 되지만 원하는 대로의 사랑은 쉽지 않아요.
그러다 가게 단골손님중 한명인 저명한 정신분석학 박사 프로이트를 만나게 되고 프란츠는 그에게 신뢰를 얻어 친분을 쌓아요.
반면 나치가 점령한 오스트리아는 점차 유대인의 억압이 가중화 되고 이는 무탈해보였던 작은 담배가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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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플래시포워드에 초청된 영화 '담배가게의 프로이트 (The Tobacconist, Der Trafikant)'입니다.
로베르트 제탈러의 베스트셀러 소설 '담배가게 소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소년과 프로이트의 우정과 신의를 중점적으로 다루던 원작에 비해 영화는 주인공 프란츠의 성장영화로 그려냅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은유적,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표현되는데 해석할만한 여지가 다양해서 보는 이들의 관점마다 다르게 읽혀지는 재미도 있어요.
호수는 여성성의 상징, 엄마의 품과 같은 평온과 안정, 집, 잠재된 내면을 의미하기도 하며 영화의 시작과 함께 물속에 잠긴 프란츠는 고향에서 평온한 심적상태를 표현합니다.
곤충과 동물들은 속세의 욕망을 뜻하며 호수에서 죽은 동물을 갖고 노는 프란츠를 통해 아직 어린 프란츠가 욕망에 눈을 뜨기 전임을 의미해요.
물통안에 숨어있는 프란츠의 숨구멍을 뺏아든 엄마의 행동으로 하여금 엄마품에서 벗어나 어른의 길을 걷게 해주려는 엄마의 의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아네츠카를 만나고나서 영화속 동물과 곤충들의 이미지는 좀 더 구체화 됩니다.
여체의 화보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던 프란츠가 사정할때 화면을 비추는 장면에선 호수의 이미지가 박힌 엽서가 등장합니다. 그위를 기어가는 거미는 내면에 잠재된 욕망이 외부로 발현되고 있음을 뜻해요.
아네츠카를 맴도는 프란츠와 함께 그녀를 향한 욕망이 살아움직이는 벌레들(술집앞 전등위 날아다니는 나방)과 동일시 됩니다.
그러다 술집앞에서 아네츠카와 다투고 난뒤 떠나는 그녀의 발밑엔 죽은 나방의 사체를 비추며 프란츠의 들끓는 욕망의 소강상태를 대변해줘요.
프로이트는 꿈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저명한 학자입니다.
어쩌면 프로이트와 프란츠가 친해질 접점은 없어보이지만 이를 이어주는것이 '담배'입니다.
프란츠가 건네주는 담배의 홍보문구를 보면 '씩씩한 남자가 수확하고 섬세한 여성의 손으로 말았다'는 것만 봐도 이 담배가 주는 이미지는 성적인 대상화에요.
인간의 욕망, 특히 성적인 코드를 중심적으로 연구하던 프로이트가 섹슈얼리티의 상징인 담배를 건네받음으로써 프란츠가 그에게 자신의 고민을 상담할만큼의 충분한 댓가를 치뤘음을 증빙합니다.
프로이트의 제안으로 프란츠는 자신의 꿈을 꾸준히 기록하는데 그의 꿈으로 하여금 지금의 상태가 이미지로 상징화됩니다.
물속에 잠겨 버리는 아네츠카를 잡아 건지려던 프란츠가 자신은 물속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아네츠카에 대한 사랑과 욕망의 충돌로 정립되지못한 감정때문에 아네츠카와의 결별을 의미합니다. 충동적이고 피가 끓는 어린 프란츠에 비해 아네츠카는 이미 세상을 알아버린 성인여성이거든요. 사랑과 욕망이 인생이 전부였던 프란츠의 정론은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배운 아네츠카의 눈엔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사는게 인생인가에 대한 아네츠카의 물음에 이르러서야 프란츠는 자신의 미성숙함이 그녀에게 이를수 없다는걸 직시하게 됩니다.
평온하게 잠자던 프로이트의 보트안으로 물이 새어들어가 프로이트가 잠기게 되자 프란츠가 다급히 물을 퍼내려 한다는 것또한 평온의 파괴, 프로이트가 겪게될 신변상의 위험을 뜻하게돼요.
놀이기구를 타던 프란츠가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장면은 그의 시점에서 멀어지게 되는 호수, 그리고 그가 남긴 모자를 잡으려는 엄마의 모습으로 인해 고향, 내면의 안정, 평온과 멀어지는 자신의 위험한 상황을 뜻합니다.
아네츠카가 거울을 들고 프란츠를 비춘 '미래'가 깨지는 거울은 프란츠의 비극을 예상케해줘요.
어린 프란츠는 자신의 들끓는 욕망에 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소극적인 인물입니다.
담배가게 바로 옆에 위치한 정육점은 담배가게 주인인 오토와 정치적인 견해차로 상극인 관계로 표현되는데 이는 프란츠의 욕망과 심적안정의 외부에 위치한 갈등과 위기가 우리의 일상가까이에 있다는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매번 프란츠를 폭발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상상만 할뿐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프란츠가 자신의 꿈을 적는 일기를 담배가게의 외부에 붙이는 행위로 인해 내면의 욕망이 현실로 발현되어 일체화 되는 과정이후에 딱한번 그의 의지가 현실에 반영됩니다.
일련의 계기, 아네츠카로 인해 겪은 사랑의 고통, 오토와 프로이트를 통해 얻은 외부의 억압때문에 단절된 인간관계등으로 프란츠는 소년에서 성인이 되어갑니다.
영화속 담배가 성인을 뜻하다 시피 아이러니하게도 프란츠는 담배가게에서 일하지만 단한번도 담배를 피지 않죠.
이는 아직 소년이었던 프란츠의 과도기를 그리며 프로이트는 의지가 현실에 투영된 프란츠 - 정육점에서의 이벤트, 오토를 보기 위해 다시 찾은 나치의 감호소, 그리고 프로이트를 돕기위한 위험을 무릅쓴 행동-를 보며 그에게 담배를 주며 피워보기를 권유해요.
이때가 되어서야 그가 비로소 성인이 되었음을 시사하고 담배피우는 장면은 나름의 성인식처럼 비춰지기도 합니다.
처음 빈에 도착했던 프란츠가 스스로 적응을 잘할거라고 자만했던 태도는 엄마에게 보낸 엽서들로 구체화 됩니다. 엽서는 자신이 쓴 내용들이 전달대상자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읽혀질수 있는 다소 공개적인 매체라는 점도 그렇기에 프란츠는 엄마에게 보낸 메세지들이 다소 티가 날만큼 날조되어있어요. 가령 오토의 상태를 숨기거나, 빈에서는 말똥에도 꽃이필만큼 좋은 곳이다라고 할만큼요. 그가 실제로 느낀 빈은 머리가 어지러울만큼 악취가 풍기는 곳이었거든요. 그랬던 프란츠가 성숙해진 후엔 진실을 포장하는 다른 방법을 배우고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봉투'에 담아 엄마에게 전송합니다. 내용엔 오토가 겪은 일로 하여금 유추할수 있는 빈의 억압된 현실을 그대로 표현해요.
아네츠카가 담배가게 앞에서 주운 유리조각은 프란츠가 프로이트를 만날때마다 사용했던 매개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호수에 빠지는 유리조각으로 인해 프란츠와 프로이트의 관계가 소강되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매번 프로이트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원했던 프란츠가 '성인'이 되면서 더이상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성장했다는 의미, 즉 프로이트에게로 향하는 열쇠를 자신의 내면에 묻었다는 상징적의미로 표현되기도 하며 직접적으로는 질문하게될 객체가 사라진, 프란츠의 죽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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