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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틱...Arctic (2018)

 

 

아틱...Arctic (2018)

 

 

 

추락한 비행기 생존자 오버켄은 홀로 살아남아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낚시로 잡은 생선으로 끼니를 겨우 해결하고 꾸준히 구조신호를 보내며 외롭게 사투를 벌입니다.

 

 

그를 발견한 헬기를 보고 기뻐함도 잠시, 때마침 불어닥친 눈폭풍으로 인해 구조헬기마저 추락하고 맙니다.

 

조종사중 한명은 사망하고 동승자는 부상을 당한상태.

 

오버켄은 그녀를 자신의 아지트로 옮겨와 돌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부상당한 그녀를 방치했다간 생명이 위험할거라 판단하고 구조가 가능할 스테이지로 이동할 계획을 세웁니다.

 

꽁꽁언 설원을 장비없이 환자를 끌고 가야하는 먼 여정에 고민하지만 그는 무모하게도 행동에 옮기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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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미드나잇패션1 에서 상영한 영화 '아틱 (Arctic)'입니다.

 

북극을 배경으로 하는 조난영화입니다.

 

저예산으로 15일간의 촬영으로 제작된 영화지만 몰입도는 상당히 좋습니다.

 

등장인물도 몇나오지 않고 온전히 오버켄역의 매즈미켈슨 1인극으로 봐도 무방한 영화에요.

 

조난당한 상황속에서도 좌절의 흔적은 찾을수 없는 오버켄은 매일 꾸준히 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모습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스스로 터득한 극한속 삶의 방식은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소리로 하여금 그가 나름의 패턴을 찾았음을 보여줍니다. 영화속에서 밤이 되는 시간이 없는점을 비추어보아 백야현상속에서 시간에 헤매이지 않기 위해 알람으로 스케쥴을 짜놓았다는것도 흥미로워요.

 

과장되게 혼자 독백을 하거나 불필요한 대사로 상황을 주입시키지도 않지만 오버켄이 어떤 인물이며 그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충분히 납득시킵니다.

 

고독하고 지난한 싸움이지만 언젠가 구조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영위하며 그 와중에 동료의 상실을 애도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아요.

 

일상의 변화는 추락한 구조헬기속 부상자를 만난 이후입니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불가능해보이는 먼 길을 보행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위태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아득하게 보여지는 설경은 아름답고도 공포스럽게 비춰지기에 오버켄이 영화속 주인공이지만 그의 목표가 성공하게될지 아닐지 확신할수 없는 점이 평이한 진행의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표면적으론 한 인간의 극한속 조난생존기를 다루는 듯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대입시켜 상상할 여지가 많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상황속 조난영화라고 읽기에 부족한것은 오버켄이 왜 조난을 당했고 얼마동안 지내고 있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생략되어있다는 점도 생각해볼만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오버켄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북극(아틱ARCTIC : 북극), 더 크게는 대자연의 상징적 존재로 비춰진다고 생각해요.

 

오버켄이 구한 생존여성은 '인류'의 상징으로 보여지구요.

 

오버켄이 그녀를 구한후 헬기에서 챙겨온 장비들중 처음으로 등장한 '불'의 존재 또한 생존자가 인류를 의미하는 바와 같다고 느껴집니다.

 

생존자는 오버켄과 언어가 달라 제대로된 소통을 하지 못합니다. 이는 일방적인 소통, 혹은 단절된 소통으로 해석되며 인류와 대자연의 관계를 대변합니다.

 

오버켄은 자신의 손을 내어주며 그녀에게 손을 움켜쥐는 행동을 통해 체력과 생체리듬을 유추하는 장면이 도드라지는데 공교롭게도 그의 손을 움켜쥘때마다 오버켄은 어떠한 결심, 행동의 즉발로 이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처음 그의 손을 쥐고난후엔 그녀를 데리고 길을 떠날 결심을 하고, 여정중 그가 갈등할때도 그녀가 다시 손을 움켜쥘때 흔들리는 결심을 다잡게 되죠. 그러다 딱 한번 손을 쥐지 못할때 오버켄은 그녀를 버리고 가려 합니다.

 

인류(생존자)에게 응답을 요청하는 대자연(오버켄)에게 화답을 하게되면 대자연 또한 인류를 위해 한없이 봉사하지만 응답없는 상태에선 자연 또한 인류를 저버리게 되며 극단적으로 서로 멸하게 되는 비극의 말로를 경계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영화속에서 보다시피 오버켄은 개고생을 하고있지만 생존자는 가만히 누워서 편하게 이동할뿐더러 심지어 오버켄이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알지못하고 있죠. 대자연이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과정을 인간들은 온전히 다 깨닫지 못하고 지금의 안위를 마냥 편하게 느끼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절제된 내러티브속에서 매즈미켈슨의 연기력만으로 끌고가는 다소 지루할수 있지만 상당히 인상깊게 남는 영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