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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하는 침략자...散歩する侵略者, Before We Vanish (2017)

 

 

 

산책하는 침략자...散歩する侵略者, Before We Vanish (2017)

 

 

한 가족이 몰살당한 집에서 피투성이가 된채 발견된 여고생 아키라.

 

취재하기 위해 아키라를 찾아가려는 기자 사쿠라이에게 미스테리한 소년 아마노가 찾아옵니다.

 

 

아마노 또한 아키라를 찾고 있으며 자신과 아키라는 지구를 침략하러온 외계인이라 밝히죠.

 

 

아마노는 사쿠라이에게 자신의 가이드가 되어달라고 하며 함께 아키라를 찾아 나섭니다.

 

한편 나루미는 수일째 행방불명되었던 남편 신지가 돌아오지만 어딘가 전의 그와 딴판인 분위기를 느낍니다.

 

 

신지와 냉전중이었던 나루미는 마지못해 그를 보살피게되고 점차 신지의 뜻모를 행동에 의문을 품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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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산책하는 침략자 (散歩する侵略者, Before We Vanish)'입니다.

 

 

*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지훈대표님의 시네필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하였으며 본문중 색깔이 부여된 문장은 이지훈 대표님의 강의내용에서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들을 소재로 하는 sf장르의 영화입니다.

 

외계인들의 목적은 지구 침략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개념을 습득하며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설정을 더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들은 인간에게 특정 개념을 떠올리게 만들고 손가락 하나로 개념을 습득하게 되지만 반대로 그 인간은 외계인이 취한 개념을 상실해버린다는 설정입니다.

 

다소 섬뜩하게 표현될수 있는 구성이지만 영화는 이를 색다르게 규정지어요.

 

개념을 상실한 인간은 오히려 기존의 삶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모습으로 비춰져요.

 

가족에게 얽매여 사는 삶을 당연히 여겼던 나루미의 동생은 가족의 개념을 상실한후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나서게 되고

 

소유개념의 조사 '의'를 뺏긴 마루오는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히키코모리의 삶에서 벗어나게 되는 식이에요.

 

마지막에 이르러 '사랑'에 대한 개념이 묵직하게 자리하게 되는데 사랑이야 말로 인류의 무한가치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로 표현됩니다.

 

 

이지훈 대표님의 강연에선 이를 알크메네 신화와 연계되어있다고 설명합니다.

 

제우스가 인간인 알크메네를 연모하여 남편 암피트리온이 전쟁에 나간 사이 남편으로 위장하여 그녀와 하룻밤을 지내게 됩니다.

 

제우스가 취하게 되는 욕망, 사랑이라는 감정과 비견되는 나루미의 태도가 이와 상당히 닮아있어요.

 

 

남편 신지가 돌아온후 그와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사실 나루미가 사랑한건 인간 신지가 아닌 외계인 신지거든요.

 

외계인 신지는 나루미를 가이드로 함께 생활하지만 점차 그녀와 가까워지고 나루미에게서 사랑의 개념을 얻게 됩니다.

 

영화가 가시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사랑에 대한 것만이 아닙니다.

 

개념의 상실로 인해 찾게 되는 또다른 방식의 행복을 보여주며 어쩌면 우리의 삶은 개념이라는 속박에 얽매여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개념의 탈피는 새로운 가치의 형성으로 이어지며 영화속 인물들을 통해 변화되는 과정으로 구체화 합니다.

 

아마노의 가이드로 함께하던 사쿠라이는 외계인의 침략에 대해 반감을 가지며 마치 인류의 대변자로서 존재감을 어필하지만 점차 그는 외계인과 동일시되는 모습과 태도를 보여줍니다. 아마노 또한 사쿠라이를 가이드로 대하던 선을 넘어 이후엔 그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뉘앙스가 드러나구요.

 

 

나루미 또한 신지가 외계인임을 인지하고나서도 오히려 그에게 빠져드는 감정을 더 확고히 하게 되고 신지 또한 나루미에게 해를 끼칠까염려하는 태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실로 인해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인물들을 통해 현 일본상황을 관망하는 메세지도 드러납니다.

 

'아름다운별'등에서도 드러난 일본내에서의 다양한 문제들의 구체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국민들의 사고방식과 문제해결에 대한 열망,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는 희망의 메세지들이 이 영화에서도 읽을수 있습니다.

 

신지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말문마저 닫아버린 나루미의 망각은 여러가지 열린 결말로 해석될수 있어요.

 

사회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사랑의 개념을 알려주고 상실로 이어진 나루미는 일본사회가 느끼는 절망, 정체되고 있는 현 일본사회를 반영하며 그 이후 내재된 새로운 출발을 암시합니다.

 

 

마지막에 신지와 대화를 나누는 의사의 대사('그들이 온게 지금 이런 시기라는데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수 있었으니까. 환자들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미래를 믿어보자구.')에서도 이를 대변합니다.

 

신지로 하여금 이 외계인들의 실체는 어떤 형체도 없어 인간들이 볼수 없는 존재로 그려지는데 이지훈 대표님의 강연에서 과연 형체도 없는 이들이 지구를 어떻게 침략했을까, 그 침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고민해보게 만듭니다.

 

 

엔딩에 이르러 이들의 침략이 시작되고 두달후에 외계인들이 돌아갔다는 내러티브로 하여금 표면적으로 침략이 끝이라 여겨지지만 어쩌면 외계인들은 돌아가지 않았고 (눈으로 보여지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침략이 진행중일거란 상상도 가능해집니다.

 

이는 개념의 상실, 혹은 구속된 관념에서의 탈피는 현재 진행중이며 인류의 가치가 재편성되는 사회의 재출발을 희망하는 메세지를 뜻하기도 해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철학적 메세지는 평론의 호평을 얻는 반면 대중적으로 호의적인 작품이 되지 못하는 측면에서 이번 영화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sf장르에 녹여내는 무거운 주제가 소재들과 충돌하는 어색함이 연출의 미숙함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메세지가 가시적으로 쉽게 읽혀지지 않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외계인이 인류를 학습하며 이들과 공존하느냐 정복하느냐의 고민 또한 그리 신선하지 않아요.

 

다양한 영화에서 이를 다루기도 했고 일본의 스테디셀러인 '기생수'에서도 이를 상당히 심도있게 만들었죠. 이 작품과 비교해보면 기생수가 얼마나 수작인지 알수 있어요.

 

제목인 '산책하는 침략자'는 원작을 연극 극본으로 각색된 버전을 영화화한거라 연극 제목을 그대로 차용해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아성에 걸맞게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나루미역엔 '바닷마을 다이어리', '너의 이름은'의 미키 목소리로도 유명한 나가사와 마사미가 맡았구요.

 

 

'탐정은 바에있다'시리즈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금구모궐(양의 나무)'에도 출연한 마츠다 류헤이가 신지역을,

 

 

'신고질라'와 실사화한 '진격의 거인'시리즈로 낯익은 하세가와 히로키가 사쿠라이 역으로 등장합니다.

 

'갈증'과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에 목소리를 맡고있는 일본에서 핫한 배우인 다카스기 마히로가 아마노역으로 출연합니다.

 

나루미의 동생역을 맡은 마에다 아츠코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차기작에도 발탁되어 현재 함께 작업중이라고 합니다.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이 영화에서 성직자로 잠깐 등장하는데 WOWOW채널에서 방영한 산책하는 침략자의 스핀오프 5부작 드라마인 '예조 산책하는 침략자'에선 외계인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세번째 살인', '도쿄흡혈호텔'등으로 낯익은 미츠시마 신노스케가 마루오역으로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