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레터...Correspondence, La corrispondenza (2016)
대학교수와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의 사이였으나 지금은 수년째 연인관계를 유지중인 에드와 에이미.
둘의 애틋하고 끈끈한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열정적이게 됩니다.
하지만 세계곳곳을 누비며 강의를 해야하는 저명한 교수인 에드의 상황때문에 둘은 틈을내 겨우 만날수 있어요.
이들이 만나지 못하는 동안엔 끊임없이 화상통화와 메세지, 통화등 닿을수 있는 매체로 서로를 확인합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에이미에겐 에드의 격려문자가 도착하지만 그날 강의시간엔 에드의 부고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 사실을 믿을수 없는 에이미는 에드의 흔적을 찾아다니지만 그의 사망을 확인하게 된후에도 평소처럼 에드에게서 소포와 메세지가 에이미에게 날아듭니다.
에드는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그녀를 위한 애정과 위로를 자신의 영상에 남겨 곳곳에서 보내는 계획을 세워두고 이로 인해 에이미는 에드의 죽음 이후에도 그와 교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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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으로 유명한 주세페 토르나토레감독이 베스트오퍼 이후 오랫만에 내놓은 신작영화 '시크릿 레터(Correspondence, La corrispondenza)'입니다.
거장의 손을 거친 '사랑'이라는 본질적인 주제가 어떻게 표현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영화의 설정과 구성은 익숙합니다.
죽은 연인이 생전에 남긴 메세지로 인해 교감하고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은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편지'와 상당부분 메타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뇌종양으로 사망한다는 설정이나 죽음을 앞두고 연인몰래 자신의 메세지를 만들어 죽음이후에 전달되게한것도 공통점이에요.
시크릿레터에선 좀 더 디테일한 구성과 진일보한 스토리를 덧붙입니다.
에이미에게 닿는 에드의 흔적들은 다양한 곳에서 보내지고 도착됩니다.
둘의 관계가 끈끈하게 이어져 있음을 자랑하듯 에드는 메세지로 하여금 에이미를 인도하고 둘의 추억이 있는 곳에서 에드가 남긴 흔적을 발견하며 또다시 에드는 에이미를 다른 추억으로 이끌어요.
상실감에 아파할 에이미를 염려하며 항상 같이 있는듯 영상으로 대화하며 글로 소통하고 에이미가 주저앉을 틈을 주지 않습니다. 그 과정이 에드가 준비한 에이미의 이별여행인 셈이구요.
모든게 순탄하진 않습니다.
에드의 영상으로 인해 에이미는 만날수 없는 그와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섣부른 그녀의 결심으로 인해 에드와 소통할수 있는 루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이후엔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며 자신에게 닿지 않았던 에드의 나머지 메세지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해요.
실제로 에드역의 제레미 아이언스와 에이미역의 올가 쿠릴렌코가 한화면에 등장하는 씬은 오프닝장면 딱 한번에 그칩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보이지 않는 영상을 통해 교감하는 둘의 연기력은 상당한 몰입도를 불러일으켜요.
연인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도, 극중에서도 나이차가 많이 납니다.
영화속 에이미는 에드의 딸과 동갑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내러티브에서 에드의 아내가 언급되긴 하지만 실제로 등장하지 않아 이혼혹은 사별등의 이유로 아내의 부재를 추측할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불륜이라는 선입견의 위태로움은 얼추 벗어날수 있지만 그렇다고 딸뻘의 여성과 교제라는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이해가능한건 아니죠. 교사와 제자의 관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그렇구요.
하지만 영화속에선 이 연인을 향한 어떤 윤리적,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시선이 없어요.
에드의 딸이 에이미에게 불편함을 지니는 이유도 근본적으론 자식들보다 연인에 대한 애정 차이의 부러움이에요. (자막에는 '질투'라고 표기되지만 대사에는 'envy'로 언급됩니다.)
그리고 에이미의 상황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이미는 아버지의 상실에 크나큰 책임감과 죄책감을 지니고 있으며 이 무게감은 엄마와의 관계마저 끊어버립니다.
에드에게서 아빠의 존재감을 투영했을수도 있고 에드 또한 에이미의 가정사를 알고 있어요.
에드는 연인이면서도 에이미의 보호자로서의 의무를 지니고 있었을거라 추측됩니다.
그로인해 자신이 죽고난후 에이미가 그녀의 엄마와 다시 유대관계를 형성해주길 바라며 그녀를 인도해요. 에드가 에이미의 엄마와 접선을 했다는 점도 보호자의 관계형성의 완성형태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이는 영화전체가 주는 메세지인 부재가 줄수 있는 존재의 힘과 영원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해요.
온전하지 않고 완성되지 않은 그무엇도 그 자체로 삶을 이루고 의미를 지닐수 있음을 얘기합니다.
에이미를 모델로 만든 석상은 본뜨는 과정에서 에이미가 통제불능의 상태로 형태가 일그러지지만 작가는 이후에 제대로 제작된 완성품보다 이 불완전한 작품에 감흥을 얻는것도 이를 뒷받침해줘요.
에드가 천체를 연구하는 저명한 교수라는점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영화속에서 언급되듯 별의 빛이 우리눈에 도달할때 이미 그 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에드가 죽고난후 에이미에게 닿는 소통과 동일시 됩니다.
에이미에게 도착한 메세지와 영상의 대상은 이미 실존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이는 에이미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움직이게 함에 있어서 죽기 이전의 영향력과 다르지 않아요.
이는 죽음마저 거스를수 없는 사랑의 위대함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에드의 업적 혹은 성과라고도 생각돼요.
천체와 우주를 연구하던 그가 스스로 별이 되고 싶어했던 우상화 혹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오만함으로도 비춰집니다.
결국 그는 에이미에게 하나의 별로 남아 영원히 남게 되었으니 일생의 과업을 이룬셈이나 다름이 없어요.
우주로 대변되는 그의 사랑은 에이미에게 일어난 비일상적인 복선들, 창가를 두드리는 낙엽이나 에이미에게 반응하던 개와 그녀를 스쳐간 새등의 이미지들이 뒷받침해주면서 우주와 자연의 신비로움을 구체화합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또 함께 작업한 엔리오모리코네의 음악은 영화속 큰 울림을 주는데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에드와 에이미가 사랑을 확인한 장소로 등장한 이탈리아 보르고벤토소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정취는 영화의 서정성을 이미지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에 에이미가 학위수여식을 했던 장면은 팝콤톡톡 플러스의 이지훈 대표님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에딘버러 대학의 학위수여식날 촬영했다고 합니다. 딱딱한 행사가 되지 않을것 같다며 흔쾌히 촬영에 협조해주고 분위기도 좋았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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