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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든피겨스...Hidden Figures (2016)

 

 

 

 

히든피겨스...Hidden Figures (2016)

 

 

러시아와 미국이 우주진출 경쟁을 벌이던 60년대.

 

캐서린과 도로시, 메리는 나사에 채용되어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캐서린은 천재적인 수학능력으로 전산팀에, 도로시는 자신과 같은 나사 내부의 흑인여성들을 관리하는 일을, 메리는 로켓 엔지니어 파트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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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흑인 여성 인권을 다룬 영화 '히든피겨스 (Hidden Figures)'입니다.

 

흑인 인권을 다룬 영화는 수차례 제작되어 왔지만 히든 피겨스는 기존의 영화들과 차별화를 둡니다.

 

 

인종차별의 잔재가 남아있는 60년대를 배경으로 다루지만 사실 세명의 여주인공이 온전한 편견의 희생양인건 아닙니다.

 

그 와중에도 백인남성들이 장악한 나사에 취직했고 요직까지는 아니라도 관련업무에 손을 뻗을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니까요.

 

만약 이런 소재가 90년대 스필버그식으로 해석되었다면 도서관에서 뺨맞는 도로시나 면전에 서류가 던져지는 캐서린등의 신파적인 장면들로 꾸며졌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히든피겨스는 인권을 다루는 수준을 고급스럽게 진화시켜놓습니다.

 

 

흑인들을 바라보는 백인의 시점은 스스로 우월하지만 그들의 체면을 다 내려놓을 만큼 싸구려로 굴지 않습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라며 생글생글 웃으며 경고를 하는 뉘앙스로 표현되는 에피소드만 봐도 노골적인 폭력없이 인간이 태도만으로 얼마나 잔인해 질수 있는가 잘 보여줍니다.

 

유일하게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는 장면으로 꼽히는 유색인종 화장실 파트에서도 그래요.

 

흑인이라는 이유로 건물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800미터 떨어진 흑인전용 화장실을 매번 다녀와야 하는 탓에 볼일볼때마다 40분씩 걸리는 캐서린은 왜 매번 자리를 비우냐며 질책하는 해리슨에게 그간의 불합리한 대책에 일갈을 퍼붓죠.

 

이러한 에피소드들속에서 무섭게 느껴지는건 개인간의 다툼이나 폭력보다 사회저변에 깔려있는 시스템속 자발적인 굴복입니다.

 

메리의 상황은 좀더 다릅니다.

 

그녀의 능력을 알아본 러시아출신 엔지니어는 메리에게 엔지니어 자리를 추천하지만 흑인여성으로서 디딜수 있는 자리가 없죠.

 

그런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건 다름아닌 남편입니다.

 

해도 안될걸 아니까 그만두라는 남편은 같은 흑인으로써 편견의 벽을 넘길수 없음을 몸으로 느낀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저지는 멋모르는 이들의 방해보다 더 큰 상처가 됩니다.

 

영화속 그녀들이 흑인여성으로서 사회적 지위와 시선을 전환시키는 투쟁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들이면서도 오로지 능력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세명이 겪는 각자의 갈등 또한 갖는 의미가 조금씩 다릅니다.

 

도로시는 실질적인 관리직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흑인여성이란 이유로 매니저의 직책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팀해체의 위기를 겪게 돼요.

 

IBM컴퓨터를 나사에서 도입하게 되자 수작업으로 계산할 직원들의 자리가 없어질 처지가 되고 도로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바꿔버립니다.

 

메리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자격을 갖추지만 되려 심사측에선 흑인여성에게 불리한 조건들을 더 내걸고 발디딜 곳없는 곳으로 몰아버립니다. 학위를 따기 위해선 인종차별의 잔재가 허물어지지 않은 버지니아의 대학을 다녀야 하지만 불가능한 시스템에 메리는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항거합니다.

 

 

캐서린은 이 모든 상황들을 아우릅니다. 영화속에서 가장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시각적 차별에 노출되어있고 스트레스도 무겁거든요.

 

불합리함 속에서도 그녀들에겐 다행히 기회가 있습니다.

 

도로시는 자력으로 프로그램언어를 배우기 시작해 전환을 시도하고, 메리는 재판을 통해 당당히 대학에 발을 내딛습니다.

 

캐서린은 능력앞에서 공정한 해리슨이란 리더를 만났으니 오히려 이 모든 갈등들은 그녀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필요악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분명한 메세지를 전달하면서도 잔잔한 속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데 성공합니다.

 

나사의 달착륙 프로젝트에 일환이 되었던 머큐리7 발사를 클라이막스로 배치해놓은점 또한 이를 뒷받침해줘요.

 

영화음악도 좋아요. 올드한 느낌의 소울부터 트렌디한 비트가 섞인 R&B곡까지 영화속 흐름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드 엠파이어로 낯익은 타라지 헨슨이 캐서린역을 맡았습니다.

 

 

미드 맘에서 큰웃음을 줬던 옥타비아 스펜서가 도리스역을,

 

 

문라이트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자넬모네가 메리역으로 등장합니다.

 

 

조연들 또한 쟁쟁합니다.

 

나사의 주축인 해리슨역으로 케빈코스트너가 비중있는 캐릭터를 소화하고,

 

 

빅뱅이론의 짐파슨스가 스태포드 역으로 까칠한 상사역으로 등장합니다.

 

 

문라이트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마허샬라 알리가 짐존스역으로,

 

 

냉랭한 미첼역은 커스틴 던스트가 맡았습니다.

 

 

스크림퀸즈에서 멍청한 섹시남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 글렌포웰이 존글렌역으로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