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리스...Insensibles, Painless (2012)
의사인 다비드는 병원일에 매진이라 그의 가정에 소홀했음을 보상하고자 임신한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의도치않게 교통사고가 나고 현장에서 아내는 죽어버립니다.
살아남은 것은 다비드와 죽은 아내의 뱃속에 있던 아기.
인큐베이터에서 겨우 숨만 붙이고 있던 아기를 보며 한숨돌리기도 전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다비드에게 갑상선암이 발견된거죠.
그가 살수있는 방법은 골수이식뿐인데 그는 아내를 잃은 죄책감과 그의 말못할 가정사때문에 삶의 끈을 놓으려 합니다.
동료의사인 주디스의 설득과 살아남은 아이를 위한 일이라 마음을 굳히고 오랫동안 찾아보지 않았던 그의 부모를 만나러 시골길로 떠납니다.
유일한 혈육인 그의 부모는 그의 방문에 반가움도 잠시, 이내 힘든 얘기를 꺼내게 됩니다.
다비드가 그의 친자식이 아니었다는거죠.
골수이식을 위해 그의 친부모가 어디있는지 묻지만 다비드의 양부모는 입을 굳게 다물어요.
그리고 다비드의 출생에 숨겨졌던 끔찍한 사건이 베일을 벗게 됩니다.
30년대, 이 일대 마을에선 다수의 아이들이 통증을 느끼지못하는 병에 걸린채 태어납니다.
이어 이 아이들의 순수함은 의도치 않게 잔인한 사건들로 이어져 잦은 사고를 일으키고 심지어 또래 아이들이 숨지는 일도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질병에 익숙치 못한 시대와 무지의 어른들은 이 아이들을 악마라 지칭하며 병원에 가둬버립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의사의 치료라는 미명하에 연구대상이 된채 생활하게 되는데 이어 스페인 내전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아이들의 수용소도 영향을 받게 되며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권력의 피해자가 되고 맙니다.
유독 영민한 베니그노는 박사의 관심과 경계의 대상이 되어버려요.
내전 종식과정에서 반란군들의 숙청이 잇따르자 수용소의 관리자들마저 피해의 대상이 됩니다.
박사는 수용소의 유지가 어려워질것을 우려해 아이들이 바깥세상으로 노출될 경우 위험한 사태가 생길거라 판단하고 마지못해 수용소내 아이들을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이 과정에서 베니그노는 살아남지만 독방에서 갇힌채 홀로 1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말아요.
후에 이 수용소를 수색하던 군부대에 발견되고, 제대로 먹지도 빛을 보지도 못한채 살았던 베니그노는 말하는 법을 잊어버립니다.
수용소의 의학교육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였던 베니그노는 그 기술을 이들에게 인정받아 베르카노란 새이름을 얻고 이들의 고문집행자로서 새삶을 살게 됩니다.
내전은 끝났지만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해 정권세력의 숙청은 더욱 심하게 자행되고 베르카노의 일은 더 많아집니다.
베르카노가 하는 일은 대상자를 죽지않게 천천히, 하지만 가장 고통스럽게 육체적인 가해를 더하는 일입니다.
장군이 한명씩 그의 방에 넣어줄때마다 베르카노는 묵묵히 그일을 하며 또다시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러다 한 젊은 여자가 베르카노의 방에 들어오게 되고, 그는 잊고있던 유년기의 소꿉친구를 떠올립니다.
그와 동시에 기억에서 지웠던 감정과 배우지 못했던 감정을 그녀에게서 유추해내며 여느 포로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요.
결국 감옥안에서 그녀는 베르카노의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수년이 지나 이 감옥마저 역사속에 묻으려는 독재정권의 욕심에 베르카노는 또다시 어둠에 갇히게 됩니다.
다비드는 이 베르카노의 아들이었으며 그와 함께 고문을 자행한 군부세력에 의해 다비드만 빠져나왔던 겁니다.
전모를 알게된 다비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없는 그의 부모를 찾기위해 동분서주하며 간신히 흔적들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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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스릴러 영화 '페인리스 (Insensibles, Painless)'입니다.
공포영화라기 보다 스릴러 형식을 차용한 드라마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다분히 가상의 캐릭터들이지만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이들의 진정성이 제법 무게감있게 와닿습니다.
무통증이란 소재를 차용한 '언브레이커블'이나 '통증'같은 영화들과 소재가 비견될수 있지만 이 영화에선 하나의 중요 미쟝센으로 소재에 대한 직접적인 활용도보다 다각도적인 접근을 통해 이후에 일어날 감정선의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여러명의 아이들이 무통증에 걸렸냐에 대한 원인을 해명해주기 보다 이후 이 아이들이 어떤 희생을 하게 되는지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요.
이 영화가 보여주고 이야기하려는 바가 분명하기 때문에 여러 빈약한 설명들이 완성도에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비드의 행적과 더불어 베르카노의 불행한 유년기를 교차시켜 보여주는데 이 두 이야기들이 심화되는 과정 역시 무게감이 동떨어지지 않고 굉장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앞서 얘기했지만 베르카노가 다비드의 아빠라는 설정이 큰 반전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진행과정상 이 둘의 유착관계는 서술되는 과정만봐도 바로 이해가 되니까요.
중반까지는 아이들의 생사여부, 혹은 다비드의 생존사투가 이 영화의 주요 이야기거리로 표현되지만 사실 그 이면엔 역사의 희생양이 된 아이들, 혹은 선량한 사람들의 불행한 인생이 내재되어있습니다.
영화속에서 아이들은 시대가 감당하지 못한 특이질병으로 인해 수용소에 갇히게 되지만 내전의 피해엔 이유없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흘렀다는 참사의 흔적을 제시합니다.
전쟁의 피해는 그 시대를 겪고있는 이들의 불행에만 그치지 않고 세대를 지나 후손들에게 영향을 줄수도 있음을 다비드를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국 다비드의 마지막 눈물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픔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전쟁의 참사에 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지만 영화 자체는 가슴아픔과 안타까움을 동반한 드라마로 완성도 높게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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