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젖은 여자...風に濡れた女, Wet Woman in the Wind, (2016)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코스케앞에 시오리라는 미스테리한 여자가 등장합니다.
난데없이 웃옷을 훌렁훌렁벗지 않나 연고도 없이 나타나 그에게 재워달라고까지해요.
코스케는 그녀가 무안해질만큼 본체만체해요.
시오리는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코스케의 주변을 맴돕니다.
그러면서 사장인 쿠보우치를 유혹하고 마을을 방문한 서퍼들과도 쉽게 관계를 맺어요.
하지만 자신을 거부했던 코스케에게는 접근법을 달리합니다. 쉽게 다가가는듯 하면서도 자극하는 말과 행동들로 오히려 코스케를 긁어놓기 일쑤에요.
코스케는 도쿄에서 잘나가던 극작가이며 엄청난 여성편력으로 문란하게 지내다 뜻이 있어 은둔과 금욕생활을 시작했던거죠. 그런 그앞에 시오리라는 매력적인 여성은 걸림돌같은 존재일수 밖에 없습니다.
훼방꾼으로 여겨지던 그녀에게 점차 끌리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뜻밖의 진전을 이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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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패션1에서 상영한 '바람에 젖은 여자 (風に濡れた女, Wet Woman in the Wind)'입니다.
역시나 로망포르노 재건프로젝트중 한작품이구요. 대략 10분에 한번씩 섹스씬이 나오고 일주일가량 제작기간이 소요된 저예산 영화입니다.
이날 상영된 세편의 영화중 가장 큰 반응을 끌어낸 영화이기도 해요.
단순한 스토리속에서 캐릭터들간의 긴밀함이 영화의 완성도를 올려놓습니다.
무덤덤하고 고독을 씹는 코스케와 요란스럽고 자유분방한 시오리의 트러블은 아슬아슬한 대립을 이루지만 격한 몸싸움과 더불어 특유의 코미디를 내포합니다.
코스케를 아주 갖고 노는 시오리를 통해 권위적이며 제멋에 취해 사는 남성성에 도전장을 던지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내가 떠나버린 쿠보우치와 남성적인 외견과 달리 순수한 감성을 지닌 유자와, 넘치는 욕망을 채우지 못한 쿄코, 남자에 대한 아픈과거로 인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줄 남자를 원하는 유코 등 다양한 군상들이 이들의 경계선상에 머물며 영향을 끼칩니다.
캐릭터들의 충돌이 코미디화되면서 자칫 영화가 가벼워보일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묘한 텐션을 잃지 않습니다.
특히 코스케와 시오리의 연기논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밀도있는 내러티브와 연기로 숨졸이는 긴장감을 형성해놓아요.
연기를 논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깊이감은 이후에 극중 코스케가 쓴 극본을 쿄코와 일행들이 짧게 연기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더 극대화 됩니다.
소소한 논쟁과 대립이 시오리와 코스케를 통해 구체화되면서 이들의 갈등이 섹스로 발현되면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이들의 격정적인 섹스씬에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켜요. 이장면에서도 특유의 위트를 곁들이지만 엄청난 폭발력을 잃지 않습니다.
각자의 이야기속 해피엔딩을 향해가던중 유자와의 라디오속 뱅갈호랑이뉴스를 통해 시오리의 이미지를 상징화 시켜놓으면서 '누가 개야'라는 물음을 던지며 뒤통수를 탕 친채 끝을 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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