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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_Review

★★☆☆☆ 누에치던 방...Jamsil (2016)

 

 

누에치던 방...Jamsil (2016)

 

 

수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미희는 또다시 낙방하게 되고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앞날은 불투명하고 의지도 약해지는 와중에 남친마저 현재 서로의 상황에 낙담해 이별통보를 하구요.

 

지하철에서 주목을 끈 여고생을 발견한 미희는 소녀를 따라가 그녀가 들어간 집을 주시합니다.

 

곧 그 집을 방문해요.

 

집안엔 소녀대신 중년여성이 고개를 내밀고 일면식없는 그녀에게 미희는 자신을 당신의 단짝동창이었다며 소개합니다.

 

미희를 마주한 성숙은 불안해보이던 그녀를 아무말없이 맞이하고 집안에 들여요.

 

딱 보기에도 나이터울이 많이 나 보이는 둘은 이후 아무 의문없이 자주 만나기 시작하고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성숙과 동거중인 익주는 이 상황을 못마땅해 여기는듯 보이지만 어느날 방문했던 미희가 집을 나서자 그녀의 뒤를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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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_비전 프로그램에서 상영한 '누에치던 방(Jamsil)'입니다.

 

제목인 누에치던방은 오래전 뽕나무를 심어기르던 지금의 '잠실'을 지칭하는 뜻입니다. 영문제목이 그러하듯이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거주하는 곳이며 이 수많은 타인들의 이야기와 연결고리가 숨어있음을 지명을 통해 상징하고자 하는 뜻도 포함된듯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현재의 모습을 비추는 화면의 색감이 거의 흑백에 가깝게 처리한것 또한 이들의 삭막하고 건조한 상황을 대변해주기도 해요.

 

 

반면에 미희와 성숙의 학창시절 회상씬은 천연색으로 연출되어 밝고 희망에 찬 모습으로 비춰줘요.

 

 

아무런 연고없던 두 여자는 첫만남부터 미스테리하게 시작합니다.

 

느닷없이 난 너의 단짝친구였다고 접근한 미희를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인 성숙은 미희에게 어떤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지만 애써 캐묻지 않습니다.

 

성숙의 과거엔 진짜 절친이었던 유영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있음을 감추지 않아요. 미희를 보며 과거의 유영을 투영합니다.

 

단순히 인물로서의 대치로 존재하기보다 성숙은 규율과 체면없이 사람들 사이의 공감에 목말라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희를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그런 성숙을 보며 미희 또한 의지하기 시작해요.

 

 

단순히 인물들간의 교류에 치중한 스토리는 아닙니다.

 

차분하고 정적인 영화의 연출과 달리 이 영화속 시점은 요란하게 바뀝니다. 미희가 바라보던 세상은 성숙의 눈으로 전환되고 다시 과거의 성숙과 유영, 그들사이에 있었던 익주의 시점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어린 미희와 근경의 시선이 존재합니다.

 

이들간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감에 있어서 가벼운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아요.

 

정치, 정권, 촛불집회나 최근의 화두였던 국정교과서까지 묵직한 이야기들에 대한 불편한 시각들을 넌지시 드러냅니다.

 

 

사회저변에 깔려있는 문제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듯 직접적인 주체로서 건드리지 않지만 미약하게 나마 인물들간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기도 해요.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유영이 사망하게된 과정이나 계기, 미희가 몇차례나 목격한 유영의 흔적, 그리고 동선의 중간선에 머물러 있는 유영의 실체 등 회상인지 허구인지 바램인지 정직하게 짚어주지 않고 흘려보냅니다.

 

미희의 오랜 죄의식을 덜어내기위한 여정이었던 근경과의 만남조차 상투적인 과정이 아닌 상태에서 마무리지어버립니다. 그자체가 영화의 실제 끝이기도 하구요.

 

복잡다단한 군상들의 관계는 어쩌면 우리가 원하던대로 순탄하게 풀리지 않은채 지속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리얼리티를 표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많이 담긴 영화라 여러모로 불편하게 느껴졌을지도요.

 

미희의 남친이자 기자역인 두민역에 이선호씨가 등장합니다.

 

미희의 선배역으로 김승현씨도 잠깐 등장해요. 낯익은 배우들이 독립영화에 얼굴을 비추는게 참 반갑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