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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

 

 

한적한 시골마을 에빙의 인적없는 도로를 지켜보던 밀드레드는 이내 결심한듯 동네 광고회사를 찾아갑니다.

 

새도로가 뚫려 수년간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에 광고판 3개를 1년간 대여하겠다는거죠.

 

세번째 간판엔 'How come chief Willoughby?' (월러비 소장은 어떻게 그럴수 있나?)

 

두번째 간판엔 'And still no arrests?' (그런데 아직도 아무도 체포못하고?)

 

그리고 첫번째 간판엔 'Raped while dying' (죽어가는동안 강간당했는데/죽을때까지 강간당했는데)

 

로 적힌 메세지는 바로 밀드레드의 딸이 강간당한후 살해당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범인의 실마리도 잡지못한 에빙 경찰들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소장인 월러비에게 책임을 묻는 일종의 시위였던 셈입니다.

 

 

이 광고판으로 인해 작은마을은 발칵 뒤집어집니다.

 

월러비는 마을에서 덕망있는 인물인데다 최근 췌장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로 마을 사람들에게 신임과 동정을 한데 받고 있는 때였거든요.

 

그를 정면으로 대적하는 밀드레드에게 마을 사람들은 설득하기도 하고 반협박을 해대기도 하지만 그녀의 결심은 굳건합니다.

 

 

이 작은 소동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갈등이 더 불거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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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외적인 정보를 언급하는 부분에 있어서 영화의전당 시네필로 이지훈 대표님의 강의내용을 일부 참고함을 알려드립니다.


 

 

2018년 제 9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2관왕의 쾌거를 이룬 영화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입니다.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딸의 복수를 위한 엄마의 투쟁을 소재로 한 범죄스릴러이자 휴먼드라마입니다.

 

세개의 광고판으로 시작한 사건의 흥미로운 전개는 이후의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어요.

 

공교롭게도 영화는 상투적인 클리셰가 한 부분도 없습니다.

 

주인공인 밀드레드는 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일을 벌이지만 그녀의 모성애에 집중하기 보다 그녀가 얼마나 분노하고 고집스러운지에 더 촛점을 맞춥니다.

 

그녀는 딸 안젤라가 살아있을때 살가운 엄마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밀드레드가 아들의 밥상을 차려주는것도 줄곧 시리얼뿐이구요.) 심지어 사건이 발생한 날은 안젤라에게 끔찍한 저주의 말을 퍼붓고 밀드레드에겐 비수로 돌아오게 돼요.

 

월러비 소장은 이런 밀드레드의 표적이 되면서 공권력의 오만함을 상징하는 인물처럼 비춰지지만 실상은 상당히 고고한 인품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가 밀드레드에게 따지듯 묻는건 왜 그런 광고판을 써서 불쌍한 자신을 단두대에 올리려 하느냐는 푸념으로 들리는듯 하면서도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밀드레드를 설득하고 화해시키려 노력합니다.

 

인물묘사가 다뤄진 후엔 오히려 월러비가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가 남기는 메세지들이 영화를 움직이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거든요.

 

영화초반 광고회사의 웰비가 읽고 있던 책이 플래너리 오코너의 'A good man is hard to find(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라는 점이 이 영화속 인물들을 일컫는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속 인물들중 정상적인 캐릭터는 거의 없는 와중에 초반 주인공의 적대적 타겟이 되는 월러비가 영화속 '좋은 사람'처럼 비춰지는것 또한 아이러니이기도 하구요.

 

밀드레드와 대치되는 인물인 딕슨은 인종차별적인 과격한 행동으로 품행이 좋지 않다는 평을 듣습니다.

 

 

저돌적이면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그의 성격은 밀드레드와 상당히 닮아있어요.

 

밀드레드가 극중에서 벌이는 일들은 복수라는 미명하에 벌이는 사실상 범죄에 가깝거든요.

 

소장을 옹호하며 밀드레드를 비난하던 치과의사의 손가락을 찔러버린다던가 자기 차에 캔을 던진 학생들의 사타구니를 걷어차버리고, 급기야 경찰서에 불도 지르는등 밀드레드가 벌이는 짓은 무모하고 거침없습니다.

 

그녀를 움직이는 힘은 온전히 분노 그자체 입니다.

 

딕슨도 마찬가지에요. 영화속에선 내러티브로만 언급되지만 흑인들을 강압적으로 탄압하며 모든 일의 원흉이 된 광고판에 대한 분노로 광고회사의 웰비를 묵사발 만드는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밀드레드와 딕슨의 대치는 아슬아슬할만큼 위태로워 보이기도 해요.

 

그 가운데엔 월러비가 있지만 그는 시한부인생의 종지부를 앞당겨 끝내버리는 비극을 스스로 만들어버립니다.

 

그의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대중은 밀드레드를 비극의 원인으로 치부해버리고 그녀는 온갖 질타를 받게 됩니다.

 

월러비는 이 모든 상황을 예측했던바 밀드레드를 포함한 그의 주변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깁니다.

 

 

이 편지들은 남은이들에게 각성이며 또다른 희망이 되고 극은 또다른 전환점을 돕니다.

 

이지훈 대표님의 강의에선 이 전환점이 되는 사건을 아일랜드계 가톨릭의 영향으로 해석합니다.

 

영화속 등장한 도서인 '좋은사람은 찾기 힘들다'의 원작자인 플래너리 오코너가 아일랜드계 가톨릭임을 증빙하며 이를 차용한 마틴맥도나 감독역시 아일랜드계 가톨릭의 영향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영화속엔 종교적인 메타포가 여러군데 녹아있습니다.

 

밀드레드가 광고판을 요청한후 완성된 시기가 부활절이라는 점도 의도적으로 강조합니다.

 

광고판이 불탄후 밀드레드에게 준비해둔 복사본으로 도와주는 이는 성서를 번역, 기록하던 인물 제롬에서 따옵니다.

 

그리고 세개의 광고판, 세번의 불(안젤라가 죽게 만든 불, 광고판을 태운 불, 경찰서를 태운 불), 월러비가 남긴 세통의 편지는 세개의 십자가와 비교할 여지를 남겨줍니다.

 

 

가장 선한 인물로 그려진 월러비의 느닷없는 사망은 그의 손으로 직접 죽음을 택함으로 은유적 순교로 보여지구요.

 

월러비의 죽음으로 변화되는 밀드레드와 딕슨은 화재 이후 소강된 상태가 된것처럼 유대관계의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이들을 움직이던것은 철저히 분노에서 비롯된것을 마지막 여정의 시작에서도 알립니다.

 

딕슨이 찾아낸 범인의 정황이 안젤라의 범인이 아니라는것이 드러나지만 딕슨과 밀드레드는 그를 어떻게든 범죄의 주체로 심어놓고 대의를 위해 행동하기로 합심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 여정은 이전과는 달라요.

 

그들의 분노는 생각하기 전에 일단 무턱대고 저지르며 대책없이 전진하고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들은 마지막 여정에서 고민합니다. 처음으로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며 '가면서 생각하자'는 대답을 해요.

 

이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분노가 소강되고 인간미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영화내내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밀드레드가 처음으로 활짝 미소를 보이는 장면이기도 해요.

 

 

이들이 집을 나서기전 자고 있는 엄마를 쓰다듬으며 나선 딕슨과 잠든 아들을 쓸쓸히 지켜보다 집을 나선 밀드레드를 통해 각자의 가정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정의 형성, 혹은 얽매인 유대관계의 해방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마틴맥도나 감독의 인터뷰에서 해결책보다 변화에 관한 영화라고 언급하며 '쓰리 빌보드'를 통해 폭력을 의심하고 인간성을 생각해보는 결말을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소재나 상황은 상당히 비극적이지만 면밀하게 그려진 현실과 맞닿아지면서 코미디적인 요소로 승화되기도 해요.

 

가령 밀드레드의 전남편이 찾아와 그녀에게 저돌적으로 화를 내며 테이블을 들이엎는 장면이 나오는데 곧이어 그가 엎어진 테이블을 세우고 정리하는 장면을 봐도 기가막히게 웃기거든요. 이런 아이러니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영화 전반에 깔리는 컨트리음악과 블루스의 선곡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사운드트랙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 깊이있게 만들어줘요.

 

쟁쟁한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출연하는데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인생연기를 펼칩니다.

 

주인공 밀드레드역은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맡아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죠.

 

이지훈 대표님이 진중권교수랑 닮았다는 말에 피식거렸지만 스틸샷을 보면 묘하게 오버랩되는 경향이 있어요.

 

 

월러비역은 우디해럴슨이 맡았구요.

 

 

딕슨역엔 샘록웰이 맡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엑스맨에 출연해 낯익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웰비역을 맡았는데 이번 아카데미 수상작품에 꽤 많이 등장합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겟아웃에도 출연했어요.

 

윈터스본, 더 드리프리스 에어리어등의 작품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존호키스가 밀드레드의 전남편 찰리역을 맡았구요.

 

 

사탄의 베이비시터, 메이햄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인 사마라 위빙이 찰리의 어린 여자친구 페넬로피역으로 등장합니다.

 

 

마틴맥도나 감독의 전작중 하나인 세븐사이코패스에서도 연을 맺었던 젤리코 이바넥이 동료 경찰로 출연하구요.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서 티리온으로 더 유명한 피터 딘클리지가 제임스역을 맡았습니다.

 

 

맨체스터바이더씨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루카스헤지스가 밀드레드의 아들 로비역으로 등장합니다.

 

 

ps.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에빙(Ebbing)지역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