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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_Review

★★★★☆ 프록시...Proxy (2013)

 

 

 

 

프록시...Proxy (2013)

 

 

 

출산을 2주 앞둔 에스더는 집으로 가던 도중 괴한에게 습격을 받습니다.

 

골목길에서 의식을 잃은채 쓰러지고 괴한은 기절한 그녀의 복부를 수차례 가격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러요.

 

 

에스더는 결국 이 일로 유산을 하게 되고 의사의 권유로 아이를 잃은 여성들의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에스더는 이곳에서 멜라니라는 여성과 친해지게 되는데 멜라니 역시 아픈 과거가 있어요.

 

어린 아들이 유괴당해 살해당한 사건을 겪은 후 그녀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거죠.

 

 

어느날 마트에 들른 에스더는 멜라니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하게 되는데 죽은 멜라니의 아이인 페이튼을 잃어버렸다고 실성한 사람처럼 마트안을 휘젓고 다니는걸 보게됩니다.

 

더 이상한건 마트를 나온 멜라니의 차안엔 죽었다던 그녀의 아들이 버젓이 살아있던거죠.

 

에스더는 멜라니에게 오묘한 공감대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에스더 역시 자신이 당한 사건에 모종의 계략이 담겨있었던거죠.

 

사실 에스더는 레즈비언입니다. 애초에 남자를 좋아하지도 않고 엄마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는 여자에요.

 

하지만 그녀가 임신을 하고 유산을 하는 과정에서 가련한 여성으로 세간에 비치며 관심을 받게되는 그 순간 만큼은 그녀가 살아있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건 에스더의 연인인 아니타입니다.

 

괴한으로 위장한건 다름아닌 아니타였고, 에스더의 남다른 광기에 매력을 느낀 아니타는 그녀의 비상식적인 계획에 기꺼이 동참해줍니다.

 

 

에스더는 멜라니의 이상행동을 목격한 후로 그녀의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또 있다는데서 호기심과, 더 나아가 인생의 공감대를 느낄수 있을거라 희망하며 멜라니를 불러 자신이 그녀와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털어놓아요.

 

하지만 버젓이 남편과 아이가 있고 외향적으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사는것처럼 보이는 멜라니는 에스더의 접근에 불쾌해 합니다.

 

에스더는 멜라니의 이중적인 삶속에 자신만이 줄수 있는 도움을 주고자 그녀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멜라니의 아들 페이튼을 죽여버리고 맙니다.

 

멜라니의 남편인 패트릭 역시 그자리에서 에스더를 총으로 죽여버리구요.

 

이 사건으로 멜라니는 비련의 엄마로 언론에 오르내리게 되고 아니타는 에스더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녀와 관련있던 사람을 찾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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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장면없이 섬찟한 영화 '프록시(Proxy)'입니다.

 

굉장히 끔찍한 설정의 영화입니다.

 

첫 씬부터 임산부인 에스더가 묻지마폭행으로 유산당하는 장면을 가감없이 화면에 노출시켜버리는터라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두려워지기까지 했습니다.

 

뮌하우젠 증후군과 관련된 관심종자 소시오패스들의 이야기입니다.

 

자기 자신을 의도적으로 피해자로 만들어서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유도하고 이런 상황에서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 부류들이 있는데 이 영화에선 그 주인공들이 평범해 보일수 있는 '엄마'라는 점에서 더 끔찍합니다.

 

평소 주위사람들에게 호의를 받지 못한채 변두리 인생을 살던 에스더는 임신을 하게 되면서 주위사람들이 자신을 배려하는것을 느낀후 자신이 삶의 만족도를 채우기 위해선 임산부로서의 삶을 유지하는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멜라니는 평탄한 가정을 꾸리고 살지만 그녀 역시 사람들에게 동정과 배려를 받을때 자신의 삶이 특별해진다고 느끼며 거짓으로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이야기를 꾸민채 위로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목인 '프록시'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프록시 proxy : 대용품)

 

이들은 대외적으론 엄마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에 기대어 살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혈육인 아이마저 자신의 삶을 치장해줄 대용품으로 밖에 여기지 않습니다.

 

에스더는 그 끔찍한 짓을 저지른후 유산이 되고나서 사람들의 위로를 받지만 시일이 지나자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오는 무관심을 이기지 못하고 술집에서 만난 아무 남자와 성관계를 가집니다.

 

그녀는 레즈비언이라 남자와의 관계에서 아무런 만족을 느끼지 못하지만 또다시 임신을 하기 위해 이런 무모한 짓마저 서슴치 않아요.

 

멜라니는 자신의 아들인 페이튼이 실제로 죽게된후 자신의 슬픔을 애써 가짜로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삶에 발을 담그게 됩니다.

 

 

지인들은 그녀에게 위로해주고자 평소보다 더 신경써주고 심지어 언론에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합니다.

 

이에 멜라니는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하는 혼자만의 만족감에 빠져들어요. 세상이 자신을 불쌍한 여자로 봐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하나만으로요.

 

그 와중에 아들을 잃은 아픔을 온마음과 몸으로 괴로워하는 남편에게 말실수를 해버리고 말아요. 남편을 도닥여준답시고 멜라니는 '아이는 또 가지면 되니까'라며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버리고 맙니다.

 

 

이후 패트릭은 그녀의 이중적인 태도를 주시하게 되고 곧 멜라니의 실체도 드러나기 직전에 이르게 되구요.

 

영화의 초반은 에스더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중반부 그녀가 죽게되면서 자연스럽게 멜라니의 시점으로 전환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주인공의 이야기라기 보다 특정 부류인 사람들의 성향을 주제로 합니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도 자기 슬픈일을 남들에게 은밀한 비밀인척 떠벌리고 다니면서 힘내 한마디 듣는걸로 자기 인생이 특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프록시에선 그런 사람들의 극단적인 경우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다른 고어영화들에 비하면 잔인한 장면의 빈도가 극히 적은편이지만 이 영화가 더 섬찟하고 뇌리에 남아버리는건 평범한 사람의 가면을 쓴 비정한 사람들이 어쩌면 더 많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추측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본후 한동안 이 찝찝함이 꽤 오래 머리에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