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이의 모험...Loser’s Adventure (2017)
함평의 한적한 고등학교. 교내 레슬링부에 유일하게 남은 단 한명의 선수인 충길은 코치도, 선수도 없는 체육관을 묵묵히 지켜나갑니다.
전국체전을 목전에 두고 충길은 어떻게든 출전을 하기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생계를 위해 버스기사로 전향한 코치를 찾아가 다시 돌아와 달라고 사정하고,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진권을 찾아가 다시 복귀하길 설득하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실적없는 레슬링부의 존폐는 이미 결정된바, 학교에선 체육관을 밀어버리기로 한 막막한 상황에 놓여있어요.
마지막 기회라 여긴 충길은 이번 체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 레슬링부를 지켜낼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투지를 불태웁니다.
코치였던 상규는 충길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결국 레슬링부로 돌아옵니다. 진권도 함께하게 됩니다.
함평의 불량서클 모임인 블랙타이거의 멤버인 혁준은 태평하게 보내는 매일과 달리 스스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만을 혼자 삭혀오다 뜻하지 않게 충길의 레슬링부에 입단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2주, 단기간 특훈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은채 지옥훈련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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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보이즈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고봉수 감독사단의 영화 '튼튼이의 모험 (Loser’s Adventure)'입니다.
델타보이즈때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안정적인 완성도를 선보여요.
고봉수 감독 특유의 개그 요소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빠듯하게 살고있는 서민, 혹은 소외된 계층의 비관적인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지만 그속에서 자연스레 녹아있는 유머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삶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정의에 충실한 영화이기도 하구요.
주요 인물들 모두 가정의 결핍속에서 자라났다는 점이 유독 도드라집니다.
충길은 알콜중독인 아빠로 인해 집을 나간 엄마와 누나의 소식도 모른채 살고 있구요.
진권은 필리핀계 엄마와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처지에요.
혁준 또한 부모없이 생계를 책임지는 누나와 대책없는 형, 달랑 세남매뿐인 가정입니다.
게다가 이들의 상황도 썩 좋지 않습니다.
충길은 레슬링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맹목적이지만 그만큼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비운의 선수입니다. 이를 알기에 주변에선 충길의 고집을 만류하려 하구요.
진권 또한 레슬링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깨닫고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이며 혁준은 나태한 삶을 살지만 대책없는 성격 때문에 가장인 누나의 골치거리인 인물입니다.
레슬링이라는 매개체로 이들은 한데 뭉치지만 이 또한 전형적인 구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고교생들의 스포츠 영화를 토대로한 다른 영화들을 보면 대체로 성장영화로 예상되는데 이 영화는 유사한 장르의 영화속 클리셰를 벗어납니다.
막무가내 제멋대로인 밉상 캐릭인 혁준이 레슬링 부에 거만하게 들어오면서 기존의 선수들을 하대하고 우습게 여기지만 공교롭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혁준이 5년간 레슬링 배운 충길과 진권보다 더실력이 우세하다는 점도 그렇구요.
충길과 진권을 다루는 시점에선 이들의 노력에 비해 뒤떨어지는 실력이 영화속에서 자체적으로 성장해갈것을 기대하지만 예상치못한 마무리로 이어지게돼요.
혁준또한 오만한 태도를 짓밟아줄 계기가 될 에피소드가 등장해 철이들고 경건해지는 모습이 될 스토리가 자리잡을법 하지만 이또한 무시됩니다.
이들의 시합이 우승으로 이어지면 열정과 노력에 대한 보상의 카타르시스, 반대로 패배하게 되면 성찰과 위로로 표현될 듯한 구성이지만 이를 비웃듯 엔딩은 어떤 위로도 격려도 없습니다.
등장인물들에게 동정이나 존경할한만 '특별한' 캐릭터로 만들어주지 않고 그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속 모른채 스쳐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중 하나임을 그려내려합니다.
성공, 혹은 실패로 귀결되는 삶이 아닌 인생 그자체를 그리되 영화는 이들의 삶속 한 파트를 도려내어 우리에게 보여주는게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영화속 인물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캐릭터들을 표현함에 있어서 상당히 생동감이 있기에 동떨어진 남의 얘기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합장면외 몇몇 장면을 제외하곤 줄곧 고정된 앵글로 인물을 담아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처럼 비춰지기도 합니다. 이는 델타보이즈에서도 도드라진 연출이에요.
그래서 씬마다 꽤 긴호흡을 유지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수 있지만 이를 방지하는 장치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인물들의 내러티브입니다. 이들의 대사는 영화의 가장큰 매력이기도 해요.
일상적인 대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어색함 없이 캐릭터를 구현해 갑니다.
실제로 이들의 대사가 거의 다 애드리브로 구성되었다고 해요. 대본은 나와있었지만 어느정도 가이드라인만 잡아줄뿐, 고봉수감독이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대사를 마음대로 치라는 디렉팅을 하셨다고 합니다.
델타보이즈때도 애드리브가 꽤 많이 활용되었지만 이번 튼튼이의 모험에서 배우들의 합이 더 잘 맞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고봉수사단으로 구성된 배우들이 함께하는 작품수가 쌓여가면서 서로에 대해 맞춰가는 그 자체를 보는것 또한 영화외적인 성장으로 보여져 기특하기도 해요.
영화의전당에서 상영후 GV가 있어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을수 있었어요.
이미 촬영된 씬들외에 급히 찍은 씬들과 B컷들이 마지막에 추가, 교체되어 의외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혁준이 갯벌에서 블랙타이거멤버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다른 장소에서 찍었다가 급하게 다시 장소섭외후 촬영한걸로 교체되었는데 빠졌다면 아쉬웠을만한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쥐약에피소드에서 진권이 얻어맞는 장면은 편집될 B컷이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화면 뒷쪽에 동네 아저씨가 슬그머니 나와서 쳐다보는게 나오는 NG장면임에도 이를 살려 오히려 자연스런 웃음을 선사합니다.
레슬링부 코치로 나왔던 고성완 분은 고봉수 감독의 실제 친삼촌이라고 합니다. 코미디에 진지한 고민을 하는 고봉수 감독과 뜻이 맞아 이번 작품에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해요.
충길의 레슬링부가 붙게되는 상대 레슬링팀은 이 영화의 실제 모티브가 된 레슬링부가 직접 출연합니다.
진권이 맞붙은 어린 선수도 이 레슬링 팀이며 진권의 엄마역으로 나온 분이 이 학생의 친어머니시라고 해요.
진권의 엄마와 호감을 갖게 되는 고물상 사장은 장소섭외중 알게된 함평의 실제 현지 고물상 주인이시라고 합니다.
저예산영화라 제작비가 여의치 않자 출연배우들도 제작비에 십시일반 기여했다고 합니다. 고봉수 감독과 함께 일하는 스탭과 배우들이 서로 얼마나 끈끈한 관계로 이어져 있는지 단편적으로 알수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재관람하는 분들도 꽤 많았고, 고봉수 사단에 대한 애정이 깊은 팬분들도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분명 이 영화의 날것같은 이미지들에 호불호는 있겠지만 취향이 맞는 분은 빠져들만한 매력을 갖춘 영화임에는 분명한듯 합니다.
다만 전작인 델타보이즈와 유사한 구성, 유사한 연출, 동일선상에 있는 시선등 자가복제에 가까운 점 또한 앞으로 고봉수감독이 안고가야할 숙제일듯 해요.
GV때 박인호 평론가님의 진행으로 고봉수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댄디한 이미지의 고봉수 감독님.
진권역의 백승환 분.
혁준역의 신민재 분.
충길역의 김충길 분.
GV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재미있는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늦은시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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